지난해 섬진강가에서 자신의 문학적 울타리였던 섬진강을 손에 앉고 그의 알토란같은 애제자와 입맞춤으로 정년을 맞았던 김용택시인은 섬진강과 교단이란 말로 우리 시단의 발자취가 뚜렷했다.

섬진강 연작시를 통해 현대사의 아픔과 기쁨을 노래했던 시인 김용택이 제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동시 해설집을 냈다.

‘섬진강 작은 학교 김용택선생님이 챙겨 주신 책가방 동시’시리즈로 어린이에 맞는 동시와 함께 그 동시에 담긴 참뜻을 시인의 유장한 시어로 풀어냈다.

예컨대 저자는 우리나라 동시 가운데 주제가 선명하고 뜻의 전달이 명쾌한 시를 골라 차분한 해설로 어린이의 눈높이 맞추고 있는 셈이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권태응. 감자꽃 전). 이 시를 김시인은 “우리 나라 동시 중에서 가장 유명한 동시랍니다. 그런데 자주 꽃이 핀 감자에 반드시 자주 감자가 드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기도 해요. 하지만, 대부분 흰 감자꽃이 피면 흰 감자가 듭니다...”(감자꽃 해설 중)

김시인이 어린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동시를 직접 골라 묶은 동시집이란 점에서 새해 문단의 새로움을 더해준다.

권태응시인의 동시를 시작으로 최근에 발표된 안도현 시인의 ‘농촌 아이의 달력’까지 총 150여편을 골라 아이들에게 동시의 빼어남과 아름다움을 전달해주는 전령사 역할을 이 책은 하고 있다.

시인의 책머리에 “우리가 하는 그 수많은 공부 중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공부가 동시 공부”라며 “한 편의 시 속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다 담겨 있기 때문에 시를 많이 읽고 시를 안다는 것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고 안다는 것”이라며 어린이들에게 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이 책에 수록된 동시들은 이원수, 이오덕, 김녹촌, 신현득, 정두리, 이상교, 민현숙, 이혜영, 이화주 등 동시인들의 시에서부터 오규원, 안도현, 정현종, 정호승, 이문구 등 기성 시인들의 동시에 이르기까지 그 우열이나 계열을 나누지 않고 오직 우리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시를 가리는 데 중점을 두고 가려 뽑았다.

선정된 시 편편마다 달린 김용택 시인의 해설에는 교단에서 어린이들에게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단순한 시의 해설이 아니라, 시 한 편 한 편 속에 담긴 아름답고, 슬프고, 아프고, 희망이 가득한 세상을 어린이들과 함께 읽고, 함께 나누고 싶은 시인의 소망이 단어 하나하나에 깊이 배어 있다는 평이다.

특히 이 책의 미덕은 저, 중, 고학년용 등 수준별로 구성됐다. 파랑새에서 나온 이 책의 삽화 또한 아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눈길을 끈다. 삽화는 조민정ㆍ우연이ㆍ오동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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