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아리랑 혹은 전북아리랑

윤 중 강

세상에는 많은 노래가 있다. 그 노래는 모두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런 많은 노래 중에서 오직 한 종류의 노래만을 선택해서 들을 수밖에 없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장르의 노래를 선택할 것인가? 범위를 좀 좁혀서 한국의 노래 중에서, 어떤 노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노래를 선택할 것인가?
나는 ‘아리랑’이다. 판소리도 좋고, 가곡도 물론 좋다. 그럼에도 나는 아리랑을 택하겠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이 노래는 한민족에게 있어서, 무수히 다양한 노래를 파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아리랑은 하나의 노래이자, 여러 개의 노래를 두루 가리킨다. 한국의 김치의 종류가 무척 많은 것처럼, 아리랑도 그 종류가 무척 많다.
한국에 아리랑이 있다면, 중국에는 모리화, 일본에는 사쿠라가 있다. 그런데 이것은 단 하나의 곡조에 그친다. 그런데 아리랑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한 많은 종류의 노래가 있다. 이게 아리랑의 수수께기다.
아리랑은 과거에 음악만이 아니다. 민요를 넘어서서, 가요에도 아리랑이 존재한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1978년, 그룹 산울림은 ‘청자(아리랑)’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는
청자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곡조에 아리랑은 감추어진 선율로 사용하고 있다. 일렉트릭 기타가 아리랑 선율을 연주한다. 1988년,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때 아리랑이 특히 사랑을 받았다. 그 중에서는 ‘강병철과 삼태기’의 ‘88 아리랑’이 있다. 포크음악의 분위기 속에서, 네 명의 젊은이는 아리랑을 즐겁게 노래하고 있다. 1998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었던 시기였다. 이 때 가수 강산에는 ‘88아리랑’을 만들었다. ‘너도 아리랑, 나도 아리랑, 우리 모두 아리랑’이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반주악기로 국악기인 피리를 사용하고 있다. 피리소리는 한국인의 ‘은근과 끈기’의 상징이다. 더불어서 사물놀이의 원년멤버 이광수 명인의 꽹과리 소리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2008년, 가수 마야는 ‘마이 아리랑’을 불렀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락커인 마야는 힘 있는 창법으로 아리랑을 노래한다. 그는 아리랑이 ‘민족의’ 노래이기도 하지만, 또한 아리랑은 ‘나의’ 노래임을 강조한다.
이외에도 많은 종류의 아리랑이 있다. 트로트 분위기의 아리랑도 있고, 힙합 분위기의 아리랑도 있다. 1970년대 초반 대중들에게 특히 사랑을 받았던 가수 하춘화는 ‘영암아리랑’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2002년 월드컵 때, YB(윤도현밴드)의 ‘아리랑’을 전 국민이 함께 불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리랑은 지역에 따라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이어져 내려왔다.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정선아리랑 등은 지역적인 아리랑의 대표곡이다. 그런데 이런 지역을 대표하는 아리랑은 과거의 민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영암아리랑, 울산아리랑 등은 대중가수를 부른 아리랑으로 그 지역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음은 물론, 타 지역 사람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지역마다 아리랑이 있지만, 전주를 비롯한 전라북도 지역에서 불린 아리랑은, 내가 과문한 탓인지 잘 모른다. 전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 중심도시다. 그리고 전라북도지역에서도 많은 전통문화의 숨결이 살아있다. 그런데 전주 혹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아리랑이 없어서 아쉽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아리랑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아리랑을 바탕으로 해서, 창극 뮤지컬 등의 음악극이 만들어졌으면 더 좋겠다. 그리고 이런 노래가 전주나 전북의 주요한 축제에서 이런 음악을 잘 활용해서 전국과 전세계로 널리 알려졌으면 더욱 좋겠다.
우리가 세계의 여러 도시를 기억할 때, 그 도시와 관련한 노래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나폴리에는 나폴리를 대표하는 노래가 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샌프란시스코를 기억하는 노래가 있다. 서울도, 도쿄도, 그 지역을 기억하게 하는 노래가 있다. 전주를 비롯한 전라북도의 여러 지역도 노래와 함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전주아리랑, 전북아리랑을 다 함께 부를 날을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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