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김환규
이학박사
전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물과학부 교수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역임)


“가공하지 않은 식품을 먹고, 적게 먹으며, 되도록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라“ 이 글귀는 지난해 ‘음식의 방어‘라는 책자를 통해 미첼 폴란이 주장한 것이다. 현재 우리의 식문화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 비과학적 상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필자가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는 풍경은 이색적이었다. 도시락 뚜껑을 활짝 열어놓고 먹지를 못하고 한 움큼씩 밥을 떼어 먹으면서 뚜껑을 앞으로 밀어가면서 먹었다. 새까만 보리밥 또는 조밥인지라 어린 마음에도 부끄러운 생각에 점심시간이 필요하지만 즐거운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불과 30∼40년이 지난 지금, 성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음식 과잉 섭취에 의한 비만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많은 시간과 경비를 지출하게 되었다. 지난 한 세대 가까운 시간 동안에 무슨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이것은 매우 어렵고 복잡한 문제이다. 현대의 놀랄만한 식품과학의 발달과 정보의 홍수 속에 일반인들조차 왠만한 전문가적 지식을 갖고 있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고섬유성인가 또는 저지방인가 하면서 따지고 먹는 습관이 일반화 되었다. 인류 역사를 통해 볼 때 인간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 우리의 어머니를 통해서 즉, 음식문화를 통해서 식생활을 잘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몇 십년간의 획기적인 사회변화 과정을 거치면서 어머니들이 갖고 있었던 전문가적 식견은 과학자들과 식품 제조업자들이 독점적으로 갖게 되었다. 그 결과 섬유성, 저지방 또는 불포화지방산 등의 용어는 이제 보통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현대인들은 가공하지 않은 식품 자체 보다는 영양학적 측면에서 식품을 분석하면서 섭취하려 한다. 예를 들면, 오렌지를 먹으면서 전체적인 효과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비타민 C를 섭취한다고 먼저 생각한다.
식문화의 서구화에 따라 우리의 식품 환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가장 큰 변화는 가공 과정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식이성 섬유, 비타민 E, 철, 아연, 망간 등 각각의 영양분이 잘 조화된 음식을 섭취한 경우보다 가공이 덜된 곡물이 포함된 음식을 많이 섭취한 사람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보고가 있다. 화학비료의 남용에 의해 토양이 단순화되면 그곳에서 자라는 식물도 단순화 된다. 그 결과 곡물의 영양학적 질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미국 농무성 발표에 따르면, 1950년대 이래 43 종류의 곡물에서 영양분 함량이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비타민 C는 20% 그리고 칼슘은 16%가 감소되었다. 동일한 양의 칼슘을 섭취하기 위해서 1940년대에는 사과 하나를 먹으면 되었으나 지금은 3개를 먹어야 한다. 우리가 시장에서 접하고 있는 많은 식품들은 화학비료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전보다 훨씬 적은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식품을 섭취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잎을 주로 먹던 양식에서 씨앗을 많이 섭취하는 양식으로의 변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잎에는 항산화제와 섬유 그리고 오메가-3 지방산 등 많은 영양분들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메가-3 지방산을 어류가 직접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어류는 오메가-3 지방산을 녹색 식물인 조류로부터 얻고 있다. 따라서 야채를 많이 섭취한다면 굳이 오메가-3 지방산을 구입 복용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여러 환경적 요인에 의해 우리의 식문화는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비만과 성인병 등으로 시달리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는 서구화된 식문화로부터의 탈출이다. 어떤 식품이건 그 속에 들어있는 영양분의 함량보다 어느 정도로 가공이 이루어졌는가를 살피는 게 중요하다. 단적으로 말하면,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식품을 먹는 게 현명하다는 얘기이다. 둘째는 식물성, 특히 잎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건강한 토양에서 자란 식물을 섭취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우리가 유기농이라 하는 것은 비교적 건강한 토양에서 재배된 식물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가능한 한 적게 먹어야 한다. 세계적인 장수 고장인 일본의 오끼나와에 사는 사람들은 포만감을 느끼기 전 약 80%까지만 음식을 먹는 이른바 ‘하라 하찌 부' 원칙을 지킨다고 한다. 전통적인 식품과 식물성 식품을 주로 먹고, 가능한 한 적게 먹으면서 건강한 한해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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