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세종대왕(1397~1450)과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드라마틱한 사랑을 한 신빈 김씨의 셋째 아들이 밀성군 이침(1430~1479)이다. 세종의 다섯번째 서자다.

스포츠 조선 체육부장으로 활동중인 이상주씨가 최근 어문학사에서 펴낸 ‘세종대왕 가문의 500년 야망과 교육’은 전주 이씨 123군(君) 중 명문으로 손꼽히는 밀성군파의 족적을 따라나서는 역사서다. 6정승 8판서를 배출하며 애민과 부국강병을 실천한 그들을 통해 우리시대의 야망과 교육을 찾아 나서는 책이다. 대대로 서인과 노론 사상가로 정국을 주도하면서 강한 군주론을 주창했던 이들의 근본에는 독서가 있다고 필자는 강조한다.

이 집안의 가업 중 하나가 북벌 추진이다. 밀성군의 6대손 이경여는 10만 양병을 주장했으며 7대손 이민서는 민족영웅 발굴 작업에 매달렸다. 8대손 이사명과 이이명은 각각 12만 화포병 육성을 건의하고 북방지도 제작을 추진했다.

약 500만명에 이르는 전주이씨. 밀성군 집안은 전주이씨 가운데 1만9000여명으로 0.4%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집안사람들은 500여년 동안 조선의 정치와 사상, 문화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비법은 독서임을 저자는 사료를 중심으로 고증해 낸다.

독서는 성인으로 가는 수련의 과정으로 여겼던 이 집안. 이경여는 큰아들 이민적에게 “네 나이 열다섯인데 아직 학문을 이루지 못했으니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꾸짖는다. 이경여의 손자 이건명 등은 정쟁에 패해 죽음을 맞는 자리에서도 자녀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글 읽는 문화는 규방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이명의 아내, 며느리, 손자며느리 등 여인 3대는 귀양을 가서도 책읽기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 책은 단순히 조선 상류층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한 가문을 통해 그 시대 교육방법, 역사를 재조명해 낸 점이 뛰어나다.

또한 이 집안은 명문가인 김장생의 후손인 광산김씨, 김상헌의 후손인 안동김씨등과 통혼을 하면서 조선 상류층의 역사를 썼다. 그래서 이 가문의 이야기는 조선상류층의 역사이고, 조선의 숨소리라고 할 수 있다.

역사를 바탕으로 저자의 탄탄한 사료고증과 역사를 바라보는 혜안등이 어우러져 역사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아낸 이 책은 전문가 못지않은 철저한 자료분석을 통해 이 땅의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준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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