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과 함께

교육과학기술연수원장 김은섭

2005.10.23일자 전라일보에 <늘어나는 코시안 대책이 없다> 제하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결혼에 따른 국내 거주 혼혈아동에 대한 교육체계가 시급하다.....향후 3~5년 후에는 현재의 세배 이상의 아동들이 취학할 예정.... 부정확한 발음의 엄마에게서 배운 언어를 고치지 못하고 취학하게 되면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고... 피부색마저 달라 이중의 시달림을 받아 아예 등교를 기피하는......김대홍 기자”라는 기획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부모의 국적차이로 인한 외형의 차이가 아이들의 능력의 차이로까지 번져버린, 교육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다문화가정 내 자녀교육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일깨워 주었다. 이에 전북교육청은 곧바로 - 전국에서 최초로- 다문화가정 전담팀(과장 김영우)을 구성하고, 각 다문화가정에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진행되는 교육과정과 학교생활적응을 위한 내용 등을 영어, 일어, 중국어, 한국어의 4개 국어로 번역된 입학안내서를 발송하였고, 홈페이지도 개설하였으며, 다문화가정의 학부모와 학생, 담당교사 등을 교육감(최규호)이 초청하여 격려하는 “국제결혼 가정과 함께하는 어울 한마당 ; We are the One" 행사를 개최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전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때마침 불어온 2006.2월 미국의 슈퍼볼 결승전에서 MVP상을 수상한 한국계 혼혈인인 하인즈 워드(Hines E. Ward, Jr,)의 열풍과 함께 다문화가정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2년 후인 2008.3월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가지는 이중의 언어와 문화적 배경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우리사회의 창의적, 글로벌 인재로 육성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학생수는 연도별로 2006년 7,998명, 2007년 13,445명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2008.3월 기준으로 다문화가정의 학생수는 전국적으로 초등학생 15,804명, 중학생 2,213명, 고등학생 761명, 총 18,778명이다. 부모출신국별로는 일본 44%, 중국 25%, 필리핀 16%, 베트남 5% 등인데, 특히 어머니가 외국인인 경우가 90%이다.

사람은 성장해가는 데 있어서 일정한 지적, 정서적 요소의 발달이 가장 바르고 쉽게 이루어지는 발달시기가 있어, 이 시기에 어떠한 만남들을 가지게 되는가가 그 사람의 인성과 지성을 좌우하게 되는데, 이를 가리켜 중요한 타자(significant others)와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라고 한다. 이는 어린아이가 커나가는 과정에서 배워야 할 사람으로부터 배워야 할 때에 배우지 못하고 이를 놓치게 되면 다음에 성장하여 배움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배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엄마 품에서 옹알거리며 말을 배워야할 때, 우리말에 익숙하지 않은 엄마로부터 우리말을 배우기 시작함으로써 다음 단계의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 이것이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적 현실이다.

이렇게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출발점이 다름으로써 불가피하게 일어날 수 있는 학습장애나 학습지체 그리고 상대적 소외감과 사회적 부적응 등 지적, 정서적 갈등을 해소하고 주류사회 구성원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은 무엇일까?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찾아내어 보살피고 모자람을 채워주는 것. 한 울타리 안에서 차별은 제하고 차이는 합하면서 더불어 사는 것. 그리고 함께 기르고 가르치며, 배움의 꿈을 함께 이룰 수 있도록 대학입학을 정원 외로 허용해주는 등.... 이러한 배려와 나눔 등일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이 땅에도 미국 오바바와 같은 대통령 당선자가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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