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 최근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명상(瞑想, meditation)'이다.
좋은 생각,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생각은 괜찮지만, ‘오욕’이불러일으키는 나쁜 생각은 자신을 망가지게 하며 사회의 질서를 무너뜨린다. 따라서 ‘생각’이라는 ‘하인’에 휘둘리지 말고 ‘내 마음의 주인이 돼 살자’는 것이다.
군산시청의 주인과 하인이 바뀐 것 같은 행태가 얼마 전부터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다 드디어 일이 터져 온 고을이 시끄럽다.
중앙부처의 암행감찰반에서 며칠 전에 군산시청 부시장의 방을 밤중에 조사했다. 500만원이 넘는 현금과 수십 장의 상품권이 나왔다고 한다.
그것도 설 명절을 앞두고 있어 일상적으로 각 부처의 감찰반이 암행 중에 있는 상황 속에서 서랍 속에 버젓이 많은 현금과 상품권을 넣어두었다니 무감각한 것인지 배짱이 두둑한 것인지. 물론 본인은 '개인용도로 쓰기 위해 가지고 있던 것'이라고 하지만 과연 누가 얼마나 믿을까?
명절을 앞두고 200여명이 넘는 대규모 인사를 하는 군산시청의 행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공무원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인사를 하게 되고 선물의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인사를 좀 했는데 혹시 이것이 불거져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좌불안석인 공무원이 한 두 명이 아니라고 한다.
필자는 얼마 전에 ‘자치단체장 측근의 힘’이라는 글을 쓴 일이 있다. 측근의 부작용을 지적한 것인데, 결국 언론의 지적 자체에만 잠깐 열만 받다가 바로 식어버리고, 수수방관하다가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물론 군산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시 살림을 책임지는 시청이라는 조직의 주인은 시민이 직접 뽑아 일을 맡긴 시장인데, 실제로 민선4기에 들어오면서 아랫사람이 주인 노릇을 하면서 여기 저기 관여한다는 말이 간간이 나오고 있었고, '시장이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묵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시민들 사이에서는 있었다.
시장의 측근이라고 할 것 같으면 시청 내부에는 주요 간부들일 것이고 외부에는 선거 때 도움을 많이 준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나서면 ‘군산호’라는 배가 월명산으로 올라가지 먼바다로 나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잘 항해하겠는가?
국제관광도시를 만들어 인구 50만명을 태우고 간다더니 몇 사람들만태우고 뱃놀이를 하는 것은 아닌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사실 부시장에 대해서는 시민들 사이에 이런 저런 말들이 구구했다. 항상 도청의 간부인사가 있을 때면 시중 여론은 이번에는 부시장이 도청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일단 소문이 퍼진다. 그러나 인사가 있기 바로 직전에는 ‘그냥 유임된다’는 말이 돌면서 풍문으로 끝났다.
일부 시민들은 군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많은 부시장을 시장이 모 학교 선후배라고 해서 어떻게 하지 못하고 끌어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 한편으로는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어쨌든 결국 껴안은 시한폭탄은 터지고 말았다.
군산시장은 일이 터진 다음날 바로 부시장을 직위해제하고 몇 시간 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유감문을 발표, “세계 일류도시를 지향하고 군산 새만금시대를 힘차게 열어가는 이 때 부시장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송구스럽다”며 “이를 교훈삼아 심기일전해 중단 없는 변화를 추진하고 바른 시정이 추진될 수 있도록 분골쇄신한다”고 밝혔지만 어찌된 일인지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군산방죽을 흐려놓는 것이 어디 미꾸라지 한 마리 뿐 일까?
차제에 시청 내외에서 인사부터 시작해서 각종 공사수주에 적절치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뿌리뽑기 위한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도 필요하다고 본다.


부국장 허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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