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학습공동체”를 만들자

이 승 우 (군장대학 총장․행정학박사)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작년 5월 군장대학장에 취입하여 제일 먼저 학과 개편을 단행하였다. 경쟁력이 뒤떨어진다 싶은 5개의 학과를 폐지하고 새로운 학과를 설치했다. 세계 제1의 선박제조업체인 현대중공업과 매년 졸업생 100명의 취업을 협약하고 입학정원 220명의 ‘조선계열’을 특약학과로 설치했다. 이어서 동양제철화학, 한국조선공업협동조합, ‘군산마이스터고’, 장항공고, 중국의 대기업인 수산그룹, 적산그룹 등과도 협약을 체결하였다. 세계의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여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취업 및 채용 약정 모델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원칙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지식기반경제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특성 없는 백화점식 학과를 배제하고 비교우위 분야를 특성화하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다른 하나는 여건상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은 지방대학이지만, 양질의 교육으로 ‘전문 직업인력의 양성’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 한다면 직업교육 중심대학으로 위상 정립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최근 지역전략산업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기업과 대학이 협력으로 양성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군산의 군장대학과 현대중공업의 조선인력, 당진의 신성대학과 현대제철의 제철인력 양성을 위한 취업약정 특약학과 설치가 대표적 사례이다. 이런 유형의 지역밀착형 인력양성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과 지자체, 전문계고교, 대학 등 지역의 혁신주체가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 즉 지역 내 “학습공동체”를 결성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각 지자체마다 전략산업 육성을 통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는 전략산업육성 사업에 지역대학을 참여시키고 지역 전략산업 분야와 연계하여 특화를 추구하는 대학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학은 다양한 산학협력을 실무능력 향상의 기회로 활용하고, 기업은 재교육 비용부담 없이 인력을 공급받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생(win-win)모델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은 원하는 인력에 대한 니즈(needs) 즉 교육내용을 미리 주문하고 졸업생 채용을 선약하여야 하며, 대학은 기업의 주문에 맞춰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운영하여야 한다. 지자체는 이와 같은 주문식(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에 참여하는 대학과 기업에 대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지역경제 발전의 핵심은 인력개발 네트워크를 근간으로 지역민의 직업능력을 개발하고 일자리를 창출하여 고용을 높임으로써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전라북도는 자동차, 조선, 기계부품, 에너지, 방사선, 식품, 문화, 관광 관련 유망기업 유치와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일자리 지키기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산업구조와 기술수준이 고도화된 지역에서는 인력수준 고도화에 대한 요구가 필연적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지역 내에서 지식직업능력 개발을 위한 효율적 방안을 찾아내는 일이다.
지역기업이 원하는 인력 양성을 위한 인프라, 즉 산학연관 협력시스템 및 파트너십이 구축되어 노동시장에서의 원활한 수급구조가 가능할 때 기업 유입은 증가하며,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어지게 된다. 기업은 입지를 위해 교육열과 기술수준이 높은 지역을 선호하기 마련인데 이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이 기술과 인력의 비대칭(mismatch)문제이다. 기업경영에 있어서 핵심인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지역 학습공동체”는 사전 기술조사에 의한 교육내용의 재구성, 학습효과 극대화 방안, 교육시장에서 노동시장으로 혹은 노동시장에서 교육시장으로의 이행이 큰 비용 부담 없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방안에 대한 격의 없는 협의가 필요하다. 산학연관 협력이 생산적으로 운영되면 지역은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고, 경기가 활성화되어 지역민의 삶의 질적 향상이 가능한 선순환적 구조가 가능해질 것이다.
따라서 지역 대학과 기업은 지역경제 발전의 핵심주체로서 “지역 학습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부여된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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