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맞아 한국사회에서 따뜻한 가족의 정을 느끼지 못한 채 소외된 사람은 누굴까.
독거노인을 비롯해 소년·소녀가장, 수감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 수 많은 사람 중 낮선 이국땅으로 시집와 생활하고 있는 이주여성과 각종 인권 침해와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이들에게 이국땅에서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한국 전통문화의 나눔을 전하고자 전주한옥생활체험관이 주최하고 (사)전통문화사랑모임, 다문화가족모임이 주관한 제8회아시아문화한마당 ‘ 설날 큰마당’ 잔치가 지난24일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열렸다.

◆ 설 음식 체험 ‘신기하기만 해요’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외국인이주자들을 대상으로 펼쳐진 설 행사는 올해로 8회째.
설을 이틀 앞둔 지난 24일 도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80여명과 봉사자 20여명 등 100여명이 이 곳에 모여 설 잔치를 벌이고 있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궂은 날씨 탓에 당초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 참석했지만 이 곳의 분위기는 설을 맞은 조선시대 양반가를 연상케 하기 충분했다.
이 날 오전 외국인 이주여성들은 전문 강사의 지도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래떡을 썰며 웃음꽃을 피웠다.
중국에서 2년전 한국으로 시집온 호수운(43·전주시 중노송동)씨는 “어려운 경기 탓에 설 음식준비 조차 소홀 할 수밖에 없어 걱정이 많았다”며 “가족들과 함께 이 곳에 와 내가 직접 썰은 가래떡으로 만든 떡국을 먹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 이주여성들 ‘고향생각나지만…’
이 날 오후에는 한국의 전통놀이를 배우는 시간과 달이앙상블 공연, 그리고 장기자랑이 이어졌다.
한옥체험관의 대청인 다경루 앞마당에 줄을 긋고 비석치기를 할 때만해도 외국인 이주자들이 처음 접하는 놀이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같은 어수선함도 잠시뿐.
이어 윷놀이와 널뛰기가 이어지자 동그란 두 눈이 더욱 커지며 너도나도 앞 다투어 올라서려는 모습이 마치 어린시절 동네꼬마들 같다.
베트남에서 3년전 시집온 웬터김년(27·전주시 팔복동)씨는 “한국의 설 명절이 베트남의 명절과 비슷한 것 같다”며 “두살된 아들 준서와 함께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뵙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노동자로 한국에 들어온 제시카(여·25)씨는 “한국의 설을 보니 고향생각이 더욱 간절하다”며 “하지만 이 곳에 와서 직접 가래떡을 썰고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면서 한국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돼 기쁘다”고 웃음지었다./남양호기자·nyh3344@

■ 한옥생활체험관 노선미 실장 인터뷰

“아시아권에서 한국으로 이주 해 와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외국인이주자들은 한국사회에서 아직도 차별과 소외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외국인 이주자에게 힘이 돼 주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전주한옥생활체험관 노선미(33·사진) 실장.
아시아문화한마당이 올해로 8회째를 맞을 수 있는 이유는 노 실장의 열정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 실장은 “우리는 오늘 우리에게 그늘진 땅에 작은 자로 다가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선한 이웃이 되어야 한다”며 “그동안 각종 인권 침해와 차별에 시달려온 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명절인 설을 맞아 고향을 떠나 있는 외로움과 향수로 인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함께 있어 줄 필요가 있다”며 “이에 한옥생활체험관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자신들의 문화적 방식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남양호기자·nyh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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