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청 밝은 달 아래에서 마을주민들이 한해의 풍년과 액운을 쫓는 일이 펼쳐진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필봉농악, 진안중평굿, 그리고 한옥마을에서도 정월대보름 굿판이 열린다. 매년 정월 대보름이 되면 열리는 굿판이지만 경제도 어렵고 세상살이도 어려운 이즈음 굿판의 신명의 소리와 푸진 삶들은 어깨춤을 들썩거리게 해준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호남좌도 임실필봉농악보존회(회장 양진성)가 7일 오후 7시부터 밤 12시까지 강진면 필봉마을에서 제 28회 정월 대보름굿을 연다.

올해로 스물 여덟 번째 마당을 열지만 그 어느 해보다 올해 필봉마을과 주민의 굿판은 새로움 더한다. 고 양순용 선생이 작고 후 양진성씨가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 선정된 후 첫 번째 펼치는 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제도 ‘필봉이 간다’.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전통을 지키며 내일을 향한다는 다짐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전주, 그리고 임실에서 걸궁굿을 마치고 신명의 푸진 삶과 푸진 가락을 펼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도내 최대 규모의 필봉굿 대보름은 상징적인 의미도 지녔다. 정월대보름 굿의 시작을 알리는 굿마당은 마을 농민의 상징인 용기에 예를 올리는 기굿을 시작으로 당산나무에 새해 안녕과 풍년을 비는 당산제, 마을의 식수원인 공동우물에서 마을 사람들의 건강을 비는 샘굿, 집집마다 풍물패가 돌며 복을 빌어주는 마당밟이가 원형 그대로 이어진다.

특히 이날 오후 7시와 11시에 각각 필봉마을에서 열리는 정월대보름 판굿과 달집태우기는 장관 그 자체다. 오지마을에서 베풀어지는 신명난 가락과 산간마을을 환하게 비추는 달집은 소망을 담아내기에 그지없다. 여기에 필봉굿의 판제인 채굿, 호허굿, 풍류굿 등 앞굿이 이어지면서 설장고 잡색놀이, 소고춤 등 재능기 영산굿과 노래굿, 대동굿 등 필봉굿의 독창적인 연희가 다양한 형태로 선보인다.

여기에 판굿이 끝날 즈음 정월대보름 하이라이트인 달집태우기에선 참가한 사람들마다 소망을 담은 소원지를 달고 달집을 태우며 한해 바라는 소망을 담아낸다. 또 달집의 대나무가 불에 타면서 터지는 소리에 잡귀귀신과 액운이 모두 물러가고 한판 대동의 놀이로 열기가 넘쳐날 예정이다.

대보름날 먹으면 귀가 밝아지고 1년간 좋은 소식을 듣게 해준다는 귀밝이술
마시기와 부럼 깨먹기, 필봉마을의 필봉국밥 나눠 먹기 등 맛과 멋을 나누는 정이 가득한 잔치마당도 덤으로 더해진다./이상덕기자· 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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