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출신의 이병초교수(웅지세무대)가 두 번째 신작 시집 ‘살구꽃 피고’를 도서출판 작가에서 펴냈다.

사물이나 시간이 가지는 미추와 청탁을 가르지 않고 뭇 사물과 시간이 자신의 기억 속에서 동등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저자는 이번에 펴낸 시집에서도 따뜻하고 화해로운 성격의 점증과 변형을 동시에 견지하면서 활력있는 자신의 시학을 견고하게 풀어내고 있다.

총 4부로 나누어져 총 51편의 신작시를 수록하고 있는 이시인의 작품들은 토속적 자연어 자체의 미감을 중심부에 올려놓았다. 특히 세계와 결속된 언어를 취택하면서 추상어보다는 구체어, 문어보다는 구어, 표준어보다는 지역어를 지향하고 있어 자신만의 색채를 보여준다.

그런만큼 이번 시들은 세계와 건실하게 밀착되어 있고 고아한 언어와 확연한 대극을 이루면서 날것 그대로의 언어를 재현하고 있다. 이는 매우 자각적이며 의식적인 결과로서, 이번 시집을 구성해내는 작법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구어의 생생한 활력을 통해 기억을 하나 하나 복원하고 있는 이병초시인의 새 시집 ‘살구꽃 피고’는 요설과 해체 정신으로 미만한 우리 시단에서 오히려 역설적 전위로 솟구칠 것으로 평가된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교수는 이번 시집 해설을 통해 “손끝으로 쓴 작위적인 시가 아니라 가슴에서 저절로 솟구치는 서글픈 정서를 담아내고 있는 그의 시편들이, 그로 하여금 우리 시대를 역류하는 오래된 새로움의 시인으로 각인시킬 것”이라고 평했다.

저자는 자서에서 “혓바닥에 백태 낀 말씨도 식도가 타들어가는 듯한 숨소리도 그저 건성으로 몸에 두른 채 그 황방산 산자락에서 나는 오래토록 헤매고 살았다”며 “가망 없는 세월을 견뎌낸 헛바람 내던 말씨, 밤마다 모로 돌아눕던 그 숨소리를 찾아서 나는 보다 치열하게 뒷심 짱짱한 세월을 가꾸고 싶다”고 기록했다. 치열한 작가정신과 시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1963년 전주에서 태어나 우석대 국문과와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수학한 저자는 1998년 시안에 연작시 ‘황방산의 달’로 등단했으며, 첫 시집으로 ‘밤비’가 있으며 제 2회 불꽃문학상을 받았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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