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윤정(26·가명)씨는 별다른 약속이 없을 때 퇴근하면 집에 돌아와 컴퓨터로 일본문화에 빠져든다.

한때 일본에서 유행했던 짙은 브라운 계통의 더티 화장법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서다.

요즘엔 더티 화장법이 박씨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다. 단지 튀어 보이기 때문. 물론 외출할 때만 이런 화장을 한다. 박씨는 일문과를 졸업했기에 누구보다도 일본 문화에 관심이 더 컸다.

모 포탈사이트 여성 전용 쇼핑몰에도 들러본다. 더티 화장을 위한 갖가지 화장품을 쇼핑몰 업주가 직접 일본에서 공수해왔다.

화장법과 화장품을 검색한 뒤에는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된 수십여편의‘일드(일본드라마)’시리즈 중 한 두개를 골라 1∼2시간 정도 시청한다. 이어 그는 일본 만화 원작인 모 방송사의 드라마를 본 뒤 잠자리에 든다.

3.1절 90주년과 동시에 문화개방 11주년 째를 맞은 일본문화는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하게,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90년 전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외쳤던 우리 선열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일본의 물결에 휩쓸린 요즘세대들의 모습은 씁쓸하기만 하다.

초등학생 권모(10)군은 요즘 새로 나온 비디오게임을 사달라고 부모님께 조르고 있다.

게임기기와 별도로 게임종류는 따로 구입해야하기 게임 특성상 새로운 게임만 나오면 조른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가 되질 않는다.

이 비디오 게임기의 90%이상은 모두 일본제품이다.

최근 전주시내뿐만 아닌 도내 곳곳에 위치한 일본식 선술집도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찾는 층을 보면 20∼30대 젊은 층이지만 간간이 40∼50대 아저씨들도 눈에 띤다. 그 이상 나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 대부분이 “우리나라 술집은 이야기할 맛도 안 난다, 이곳은 독특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최근 모 인터넷 게시판에는 ‘일본 교복은 맵시가 나 입고 싶다, 왜 우리나라는 이런 교복을 입히지 않느냐, 일본으로 이민 가고 싶다’는 고등학생들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모 방송사 드라마들 역시 일본만화가 원작인 것들이 많다.

고등학교 내 사랑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와 와인감별사를 주제로 한 드라마 등이 그것들이었다.

일본문화개방 당시 우려됐던 문화적 정체성은 흔들리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지만 “이미 왜색문화가 일상생활에 스며들었다. 이렇게 타성에 젖어 무비판 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젊은이들이 요즘엔 대부분”이라고 지적하는 기성세대들도 적지 않다.

광복회 전북지부 관계자는 “과거 3.1운동을 통해 일제에 항거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어찌 표현할 수가 없다” 며 “ 일본문화가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 젊은이들이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긍심, 그리고 나라사랑의 마음을 갖는다면 우리민족 문화의 정체성은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세종기자·103bell@, 김승만기자·na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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