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 바란다.

백종만(전북대학교 교수)

새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대통령께서는 후보시절 경제를 살리고 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약속으로 경제 분야에서 ‘747 공약’과 복지 분야에서 ‘생애희망디딤돌 7대 프로젝트’를 내걸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747 공약은 국제경제의 위기와 함께 이미 달성하기 어려운 약속이 되었다고 봅니다. 미국 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국제경제의 위기는 쓰나미가 되어 대외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체제인 우리사회를 휩쓸고 있습니다. 양극화의 심화, 비정규직의 증가, 실업자의 증가 특히 청년실업의 증가, 자영업자의 몰락은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지고 ‘불황 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가족해체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 같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로 대통령께서 약속하신 ‘생애희망디딤돌 7대 프로젝트’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소통의 위기와 소통의 부재라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께서는 시장지상주의적 사고와 대처방식에만 귀를 열고 있습니다. 시장만능주의의 대처 방식이 매우 위태로워 보입니다. 감세와 재정지출의 확대로 유효수요를 창출하고, 일자리 나누기, 대졸신입사원의 초임 깍기 등 다양한 대처방식을 양산하고 있지만, 위험과 고통의 감수가 너무 일방적이라는 생각입니다. 기업이 쌓아 놓은 돈이 수백 조원에 달하고, 감세로 10조원이 풀렸지만 시중에 돈이 돌지 않고 소비심리는 살아나지 않습니다. 이른바 감세의 누수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대운하에서 4대강 정비라는 녹색뉴딜로 탈바꿈 한 토목사업이 우리 경제에 희망을 주는 핵심 경제정책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있습니다. 지식경제 기반사회에서 토목사업을 주된 전략으로 선택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기 바랍니다.
대통령께서 약속한 생애희망 디딤돌 약속은 많은 국민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교육기회가 열려 있는 나라’,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청년들이 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는 나라’,
‘제2의 인생을 개척하는 중년가장들에게 재기의 능력을 키워 주는 나라’,
‘열심히 살고 노년이 되었을 때 외롭거나 힘들지 않는 나라’,
‘빈곤의 늪에 빠지거나 장애가 생겼을 때 진정으로 힘이 되어주는 나라’
이런 멋진 나라에 살고 싶은 희망을 품고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강력하게 추진한 일련의 정책들은 희망의 디딤돌을 놓는 정책이 아닌 희망으로 가는 길목에 걸림돌을 놓는 정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공교육에 대한 공공투자 재원을 늘리는 대신에 공교육에 시장의 경쟁을 도입하여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책, 상류층에 집중된 감세 혜택, 의료민영화 정책, 위험사회에 대비한 연금제도, 고용보험, 노인요양 보장 등 사회안전망의 근본적인 정비와 발전을 위한 청사진은 국정의 핵심과제에서 항상 뒷전에 밀려있습니다.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해 최저생계비 인상, 긴급복지지원제도 확충,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결식아동 급식 지원 등 많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러한 대책들은 위험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게 하는 임시적 장치일 뿐 상시적이고 제도적인 사회안전망으로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제도입니다. ‘희망복지 129센터’와 ‘빈곤아동을 위한 드림스타트’ 등의 사업 등은 전달체계 개선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복지서비스의 양과 대상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조정해 연결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전달체계 개선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관련 복지재정을 대폭 확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은 GDP 대비 7.8%(2008년 예산기준)로, 2003년 OECD 국가 평균 수준인 20.9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 주택, 복지, 노동정책의 확대를 통해서 안정적 내수기반이 살아나도록 해야 합니다. 50조원을 투입하는 녹색 뉴딜의 1/10이라도 토목사업이 아닌 지식기반경제에 기여하는 인적자본 확충에 도움이 되는 사회서비스 확대에 투자하여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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