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다투어 피어나는 3월이다. 봄이 무르익으면 굳이 먼 길을 떠나지 않더라도 그 기운이야 느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봄의 정취는 꽃을 보는 게 제격이다. 전주천변 버드나무가 푸른 옷으로 새 단장하고 있지만 언제 봐도 꽃들로 활기찬 전주 수목원엔 벌써 봄이 왔다. 전주 수목원에서 만나는 봄볕의 정취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전주 수목원의 봄은 풍년화 개화로 알린다. 해마다 반복되어 그 자리에서 꽃이 피어나고 지지만 꽃을 보는 사람들은 또 다른 감정을 가진다. 우수, 경칩이 지났지만 아직은 바람이 차갑다. 수목원의 나무와 식물들은 겨울의 긴 잠을 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봄볕을 받은 땅들은 새 생명의 싹이 움트고 성급한 수선화와 매화는 벌써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어디 그 뿐이랴 새싹보다 먼저 핀 꽃망울의 향기는 더 없이 좋다.
앙상한 가지들이 많지만 정원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는 봄꽃들이 봄 마중을 나오고 있다.
이른 봄을 만끽하기 위해 수목원을 찾은 시민들은 가장 먼저 핀다는 풍년화를 보면 겨우내 쌓인 주름을 활짝 피게 한다. 풍년화를 보면서 올 한해 하는 일이 풍년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꽃이다.
흡사 개나리처럼 생긴 영춘화가 남들보다 봄기운을 빨리 접해서 그런지 며칠 전 내린 눈에 몸살을 앓았는지 가엾어 보였지만 노오란 꽃잎은 봄이 왔음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지리산 주변과 조계사일대에 자생하고 있는 히어리는 멸종위기 2급으로 귀하신 대접을 받고 있다. 노랑, 보라 등 자신만의 색으로 ‘난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라는 꽃말처럼 봄을 기다리는 크로커스는 귀엽기까지 하다. 크로커스는 봄에 피고 가을에 피는 것을 샤프란이라 한다.
시내에서 가까이 보았던 삼색제비꽃이 활짝 웃으며 반긴다. 우리는 팬지라 하고 있지만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었다. 아름다운 우리말로 다시 보니 삼색제비꽃이 더욱 아름다운 자태로 다가왔다. ‘이루어 질 수없는 사랑’의 꽃말을 가진 수선화는 아주 작은 몸에서 언 땅을 비비고 나와서 일까 진한 사랑을 느꼈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확인하고 떠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고운 향기가 손짓하고 있었다. 섣달에 피는 꽃이라는 납매다. 자애스런 향기를 가지고 있는 납매는 정원수로 가장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부채처럼 낮게 앉아서 봄 햇살을 만끽하고 있는 꽃이 있다. 꽃이라기에는 이상하게 생겼다. 앉은부채는 부처가 앉아있는 모습을 닮았고, 뒤에 붙은 꽃싸개(불염포)의 모습이 부처의 후광같이 보여 앉은부처라고 부르던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어원의 변형으로 앉은부채로 변했다고 한다. 부처를 닮아 서일까 세상에 찌든 일상에서 구원을 받는 듯 했다.
가지가 세 개씩 갈라지며 핀다는 삼지닥 꽃은 새 봄을 맞이하기가 부끄러운 듯 살포시 몸을 감싸고 있었다. 나무껍질은 종이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하고 지폐를 만들 때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방에서는 어린 가지와 잎을 구피마라는 약재로 쓰는데, 풍습으로 인한 사지마비동통과 타박상에 효과가 있고, 신체가 허약해서 생긴 피부염에도 쓰인다.
수목원 길목에 있는 길마가지 꽃 잎 끄트머리 보랏빛은 봄을 유혹하고 새 생명을 노래하고 있었다.

전주수목원은 전주IC인근에 33000만여 평에 목본 1340종과 초본 1780종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전주수목원은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훼손되는 자연환경을 복구하기위해 조성한 비영리 시설이다.
수목원은 1974년 조경용 수목과 잔디를 재배해 고속도로 건설구가에 공급하는 해왔다. 뿐만 아니라 수목원 내 다양한 식물종의 보존, 증식, 보급, 연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식물 종은 주로 과단위로 식재되어 유사종과 비교 관찰이 용이하고, 우리나라 자생식물 중심으로 조성되어 학계, 학생단체 등의 현장 견학 및 학습 연구를 위한 관찰 장소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전주수목원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문화를 지향하는 공간으로 언제든지 도민의 쉼터로 활짝 열렸다. /장병운기자∙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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