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서예를 대표하는 석전(石田) 선생의 기증 유물이 책으로 집대성 됐다.

국립전주박물관이 집대성한 ‘석전(石田) 황욱(黃旭)의 서예(書藝)’는 아들인 황병근 선생이 전주박물관에 기증한 5천점의 유물 중 석전 황욱 선생의 서예작품을 모아 수록한 것이다.

석전 선생(1898~1993)은 전라북도 고창 출생으로 만석꾼의 집안에서 태어나 한학(漢學)과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 등 선비가 닦아야 할 육예를 고루 갖추었다. 1953년 이후 전주에 은거하여 필력을 연마하였고, 모든 서체에 능하였지만, 특히 행서(行書) ·초서(草書)에서 이름을 날렸다.

서예가로서 명성을 더욱 드높인 것은 그만의 독특한 필법인 악필법(握筆法)이다. 이 악필법은 1963년 초 심한 수전증(手顫症)을 극복하기 위하여 손바닥 전체로 붓을 잡는 필법으로 1975년에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화엄사 일주문 현판, 불국사 종각 현판 등 1,500여 작품을 남겼다.

이 책은 석전 선생의 악필(握筆)이전 즉 1965년 이전의 작품을 비롯해 그 후 1983년까지 악필이후의 우수 악필, 1993년 악필 이후 좌수악필을 담았다.

또한 석전의 연혁과 석전의 사용 인장, 유물 목록과 석전 황욱의 서풍을 담아냈다.

먼저 악필이전에는 쌍구법(雙鉤法)을 주로 사용하며 쌍구법에 의한 해서, 행서, 초서 등, 서체를 즐겨 썼으며 이십대 초반 금강산에 들어가 중국의 왕희지, 구양순, 조맹부의 글씨와 조선의 추사 글씨에 전념하였다. 삼십대에는 조선 후기의 문신인 신위에게 사숙하셨는데 선생이 노력이 비문에서 그대로 보여진다.

이와함께 악필 이후인 환갑이후 찾아온 수전증을 극복하기 위해 손바닥으로 붓을 잡고 쓰는 필법으로 전환했다. 어깨의 힘을 빼어 물이 흐르는듯 하다고 표현되는 자연스런 서체, 일체의 기교를 허락하지 않는 무심이 정필이 되어 꾸밈없이 마음을 담는 글씨를 구사했다고 평가된다.

석전은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많은 작품을 남기며 작품에 나이를 더해 완숙한 서체를 예술적 경지로 표현해 전북을 대표하는 서예가로 칭송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립전주박물관 김영원 관장은 “이번 발간은 관련 연구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발간하게 됐다”며 “자기 극복과 정진이라는 삶의 여정에서 비롯된 석전선생의 글씨는 옛 서풍의 정확한 이해 위에 자신만의 개성적인 필의를 담은 것으로 필법 속에서도 서법을 떠난 넉넉함이 내재돼 있어 후손들에게 많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석전 선생의 작품은 국립전주박물관에 마련된 석전 기념실에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송근영기자·s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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