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시대의 과학기술

김환규 전북대학교 생물과학부

날마다 전해지는 경제위기 소식 속에 봄날을 맞고 있다. 정부에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녹색성장을 내놓고 있다. 녹색성장이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순수한 의미에서의 녹색성장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성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나노기술에 기반한 태양전지 세포의 개발, 태양 에너지를 바로 연료로 전환시킬 수 있는 생물체의 개발, 모든 필요한 에너지를 재사용 가능한 자원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제로 빌딩 등 소위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진정한 녹색성장이라 여겨진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통한 경제성장은 과학기술의 혁신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다. 탐구와 발명 즉, 과학기술을 통해 우리의 삶의 질은 향상되어 왔다. 전기, 항공기,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항체,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현재의 이 경이롭고 편리한 생활은 공공연구기관 또는 과학기술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이다. 이를 통해서 수많은 새로운 상품들이 만들어졌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였으며, 우리 인간의 삶을 보다 활동적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과학기술에 대한 혁신적인 정책의 입안과 집행이 중요하다. 과학기술 혁신에 의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이 경제성장을 이끌고,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혁신은 청정에너지, 생명과학, 반도체와 인터넷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일상적 사고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학기술 혁신은 우리의 미래에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이것은 국가 차원에서의 정책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50년 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퍼닉을 발사하자 이에 충격을 받은 미국은 즉각 고등과학원을 설치하는 한편, 초등학교에서부터 과학기술에 대한 교육을 더욱 체계적으로 실시하였다.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기존 지식을 뛰어 넘는 엄청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2006년에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스탠포드 대학의 파이어 박사는 선충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할 수 있는 RNA (RNA는 생물체 내에서 단백질을 생성하는데 관여)를 발견하였는데, 이는 암, 에이즈와 간염 등의 치료법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 파이어 박사가 재료로 사용한 선충은 겨우 1밀리미터에 지나지 않은 생물이다. 다른 예로, 뇌와 관련된 질환은 전세계적으로 1조 달러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스씨 병 같은 이들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약품 시장은 엄청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약품 개발에 필요한 기초과학 수준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이와 같이 지금 당장 만들어지는 상품이 없다고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생물학에 기초한 의학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그 결과 새로운 ‘블루 칼라’ 직업군이 생기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4년까지 이 분야의 고용이 약 2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자원이 빈약한 작은 섬나라 쿠바의 경우를 살펴보자. 1959년의 혁명 이후, 쿠바 정권은 사회발전에 가장 필요한 분야가 과학기술이라는 신념을 갖고 지난 50년 가까이 여기에 투자를 지속해 왔다. 쿠바 과학평의회 의장인 클라크 박사는 “우리의 조국은 과학자들의 미래, 아이디어에 사는 사람들의 미래여야만 한다”고 역설하였다. 1991년에 열린 제6차 국가 과학기술포럼 폐막 연설에서 카스트로는 “오늘날, 혁명과 사회주의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전적으로 과학기술이다”라고 선언하였다. 이런 노력 덕에 미국의 계속적인 경제 봉쇄와 빈약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쿠바의 과학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쿠바에서 생산되는 유전공학 제품의 종류는 남미 전체를 합한 것보다도 훨씬 많다. 여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인 투자와 관리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그 열매를 맺게 된다. 어려운 환경일수록 과학기술에 의지해야 한다.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는 방법 중의 하나로 중앙정부나 지방 자치단체 모두 교육에, 과학기술 혁신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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