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빚’갚을 때가 됐다
교육과학기술연수원장 김은섭

우리나라가 외국과 국제기구로부터 원조를 받은 수원(受援)의 역사는, 해방을 맞은 1945년도 미국의 원조에서 시작돼 6·25동란과 경제개발시대를 거치고 1981년도 PL480 원조를 마칠 때까지다. 지금은 까만 기억 속에 묻혀 버렸을지도 모르지만, 해방둥이와 전쟁둥이, 그리고 그 이후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받았던, 뒷 표지에 ‘이 책은 유네스코와 운크라에서 인쇄기계의 기증을 받아 설치된 국정교과서 인쇄공장에서 박은 것이다. 문교부장관’이라고 인쇄된 교과서를, 그리고 학교에서 무료로 제공되었던 옥수수 죽, 분유, 빵, 천막·판자교실 등을 아련한 추억으로나마 되살려 낼 수 있을 것이다.
 # 유엔(UN)은 전쟁으로 파괴된 한국경제의 재건과 전쟁난민구호를 위해 1950년 12월에 ‘운크라(UNKRA : 한국재건단 : 1950.12-1958.6)’를 창설하고, 39개국에서 갹출한 1억2200만 달러를 긴급히 지원해 식량원조와 산업·교통·통신·의료·교육시설 복구사업과 인천판유리공장 등을 건설했다. 한편 유네스코(UNESCO)는 1951년 6월에 우리 정부의 요청을 받아 교육재건을 위한 긴급지원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운크라와 유네스코가 지원한 24만 달러(유네스코 10만 달러, 운크라 14만 달러)로 초등학교 교과서를 공급할 인쇄공장(국정교과서, 대한문교서적)을 건립해 1956년부터 연간 3000만 권의 교과서를 생산 공급했다.
 # 미국은 자국의 농수산물수출을 진흥함과 동시에 저개발국의 식량부족을 지원하기 위해 일명 ‘PL480법(Public Law 480: Agricultural Trade Development and Assistance Act:농업수출진흥 및 원조법 : 미공법408)’을 1954년에 제정해 우리나라에 1956년부터 1981년까지 무려 25년간을 지원했다. 미국은 PL480의 ‘악수표(미국인과 한국인이 악수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하여 붙여진 이름)’로 불려졌던 밀가루 포대(뒷면에 ‘밀가루, 미국 국민이 기증한 것, 팔거나 바꾸지 말 것’이라고 적혀있음)와 분유통을 비롯하여 옷가지, 판자로 지은 교실, 열차 등 지원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우리에게 무상으로 원조하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원조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 국민 가운데 이의 혜택을 받지 않은 이가 누가 있을까?
 우리가 해방이후 1999년까지 운크라, IDA 등의 국제기구와 미국, 독일, 아랍제국, 프랑스 등으로부터 받은 무상 원조는 총 69억9800만 달러나 된다. 이 금액이 얼마나 많은가는, 일제로부터 36년간 짓밟히고 빼앗기고 받은 대일청구권 배상금 중 무상이 3억 달러(무상 3억 달러, 경협차관 2억 달러, 상업차관 1억 달러, 총 6억 달러)라는 점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원조를 바탕으로 PL480 원조를 졸업한 1981년 이후 30년이 채 안되어 우리역사에서 매년 되풀이 되어왔고, 우리의 삶 중에서 가장 높고 길로 험난했던 허기에 찬 ‘보릿고개’를 역사에 묻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GDP 9535억 달러로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세계인들이 사주는 우리 수출은 522만 건에, 4191억 달러나 되고, 세계 1위 품목은 140여 개이며, 세계시장 5위 이내에서 1위에 도전하는 품목은 470여 개에 달한다. 자랑스러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배출했다.
 그러나 OECD의 2008년도 통계는 여전히 1달러 이하로 하루를 살아가는 세계인이 10억 명, 배고픔으로 죽어 가는 유아와 어린이가 1000만 명에 달하고,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나라에 대한 세계원조는 1052억9200만 달러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비에 우리나라는 2007년 기준으로 2억7000만 달러로 세계원조 총 금액의 0.26%에 불과하다. 부끄럽지 아니한가?
 우리는 배고픔에 떨고 있는 세계인들을 구제할 의무가 있다. 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자! 이제 우리는 자녀들에게 하루를 한 끼로 때운 굶주렸던 시절을 이야기 해주고, 몽당연필 한 자루, 쌀 한 톨을 아껴서 세계인들을 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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