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배신과 복수의 양 칼날을 세운 마춘자 여사가 다시 고향땅을 밟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성을 자극하는 연극무대가 열린다.

전주시립극단(단장 조민철)의 제 84회 정기공연으로 마련한 연극 ‘마춘자 여사의 귀향’이 오는 21일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 3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에서 펼쳐진다.
이번 작품은 전주시립극단이 몇해전 ‘황금의 사도’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렸던 공연으로 완성도와 재미를 더해 다시 한번 무대에 올리는 두 번째 공연이다. 집단이기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빚어지는 황금만능주의로 현대인에게 무감각해져 버린 따듯한 인간미와 본연의 순수한 양심을 잃은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던지는 희비극이다.
전주시립극단의 2009년 첫 작품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이 작품은 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정진수 성균관대 예술학부 교수가 객원연출을 맡아 더욱 기대가 되는 공연이다.
비뚤어지고 부조리한 역사적 사실을 희극적 자유를 통해 역설적으로 제시해 온 세계적인 극작가 뒤렌마트의 대표작 '노부인의 방문'을 원작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것으로 정진수 교수가 번안해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던 작품이다.
정 교수는 “오래전 번안한 작품이지만 이번 전주 공연을 위해 약간 다시 개작했다.”며 “이 작품은 주인공이 어떤 특정한 악인 아니라 이 악인의 악행을 수수방관하는 방조한 시민들이다”고 말한다.
또 “사회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는 공동의 책임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다소 무거운 주제이지만 연출을 하면서 풍자적인 희극 쪽으로 몰아서 관객들에게 보다 편안하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작품의 줄거리를 살려보면 수차례의 이혼으로 얻어낸 위자료로 부자가 된 후 40여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마춘자 여사는 소도시의 경제적 부흥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액수를 제시하며 한가지 제안을 한다.
마 여사의 첫사랑이자 철저하게 자신을 배신했던 오태균이라는 남자의 죽음을 원하는 것.
“당신의 사랑은 오래전에 시들었지만 나의 사랑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마침내 나는 당신을 완전히 소유하는 거예요. 나 혼자만이...”
마춘자 여사의 대사처럼 사랑에 대한 무서운 집착이 가져 오는 끝자락 이야기지만 그녀의 제안을 은밀히 받아들인 사람들이 숨은 모략을 통해 자신의 원하는 것을 성취해 가는 인간의 다양한 이면을 엿볼 수 있는 공연이다. /송근영기자·s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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