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촌 입구에서
이흥재(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

문화시대, 문화도시 전주의 문화촌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우리가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세상의 흐름을 문화촌 입구에서 읽을 수 있다. 동네어귀에 서서 동네를 지켜주는 솟대처럼 문화촌 입구는 전주사회의 발전과 평안을 지켜주는 상징물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잠시 돌이켜보자. 하늘만 바라보고 물길을 따라서 농사짓던 초기농업시대에 문화촌 입구는 저수지였다고 한다. 흘러지나가는 물이나 하늘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모아 두는 곳. 그리고 적절한 때에 필요한 곳에 나눠주며 풍요를 일구는데 도움을 줬다. 손발로 뛰며 땀 흘리며 일해서 우리사회의 기반을 닦는데 한 몫을 해왔다. 농업시대의 원천자본인 물을 관리하여 유통시키던 곳이다.
그 뒤 우리나라와 사회 구성원들이 갈래갈래 찢어져 서로 다투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사분오열된 국민들을 한 맘으로 묶는 데는 스포츠가 최고였을지 모른다. 바로 그때, 문화촌 입구는 운동장으로 바뀌어 시민통합의 열린 공간으로 제공되었다. 사회변화에 따른 시민공동체사회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었다. 통합과 소통의 공간으로 제공된 것이다.
또 세월이 흘러 세상이 온통 이데올로기 소용돌이에 휘몰아치던 시절에 그곳에는 정보부가 터를 잡았다. 나중에 안전기획부로 이름을 바꿔가며 우리사회 변동의 한 축을 뚜렷하게 이어갔다. 높고 큰 나무가 건물 앞뒤에 보초를 서고, 높은 담이 위압적이어서 감히 접근하기 어려웠던 곳. 이데올로기의 홍역을 무사히 이겨내며 사회안전판을 세워 가는데 기여한 곳이다.

전주 역사의 상징 공간

파란만장한 역사의 굽이굽이를 상징적으로 이어오던 그 곳 문화촌 입구. 지금은 전주정보영상진흥원이 자리하고 있다. 산업화의 막바지를 넘기며 지식정보사회로 서둘러 달려가는 시점에 꼭 필요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정보시대, 영상시대, 문화시대를 서로 엮어가며 미래산업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 역사에 선례가 없는 일이기에 문자 그대로 암중모색 중이다. 노동 · 자본 · 기술이 생산자원의 전부였던 시대를 뛰어넘어 창의력이 새롭게 각광받는 이 시대에 창의산업을 이끌어 갈 기업들이 모여 있는 클러스터이다. 손발이나 머리로 승부하기보다 창의력으로 경쟁하는 시대를 맞아 전주의 경쟁력을 길러내는 곳이다. 천년전주의 새로운 천년을 이끌어갈 동력을 만들어 가는 곳이다. 전주의 다양한 문화자산을 콘텐츠로 개발하여 정보기술과 영상기술로 내보내는 곳이다. 미래로 세계로.... 문화촌입구에서 세계를 지향한다. 천년전통이 오롯이 남아있는 전주에서 22세기를 준비한다. 중장년층이 이끌어오던 세상의 변화를 20대 전후 청춘들이 밤을 새워가며 개발한다. 땀을 흘리는 대신 꿈을 꾸고, 머리를 쥐어짜는 대신 가슴을 열고, 점잖은 겉모습 대신 넘치는 끼를 높이 산다.

유비쿼터스시대의 길잡이

과거 정보부시절에 지은 건물 가운데 마지막 남은 한 채를 곧 허문다. ‘유비쿼터스 비즈니스센터’로 새로 지어 첨단 정보산업을 이끌어 갈 업체들이 입주하게 된다. 전주 사회를 이끌어 오던 각종 정보 · 흐름 · 나눔 · 창조의 마당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전통중심의 문화도시가 면면히 이어가도록 첨단기술의 옷을 힙혀가야 한다. 맑고 밝은 전주에서 풍요와 꿈을 노래하도록 여기에서 답을 찾아가야겠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오롯이 대접받는 인본주의 도시로 자랑하도록 해야겠다.
물이 흘렀듯이 문화가 흐르는 문화도시를, 함께 모여 뛰었듯이 모두가 더불어 향유하는 문화복지도시를 문화촌 입구에서 이끌어 가도록 한다. 정보의 수집과 관리를 뛰어넘어 지식사회에 필요한 정보를 고루 나누며, 전주 문화콘텐츠를 정보영상기술에 접목하여 대중화를 펼친다. 그리하여 전주를 지탱해오던 인간 · 시간 · 공간 등 3간의 조화를 아름답게 엮어가도록 기원하는 솟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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