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섬진강은 봄꽃들로 지천이다. 섬진강 시인의 시어들도 봄으로 넘쳐난다.

최근 창비에서 나온 김용택시인의 시집 ‘수양 버들’은 봄 내음은 물론 마음으로 봄을 마중나가는 시인의 간절한 바람이 스며있다. 시인의 열 번째 시집이기도 한 ‘수양 버들’은 57편의 시를 통해 바람에 날리는 수양버들 가지처럼 춘정으로 터질 듯 차오른 감성이 도처에 충만하다.

천변만화하는 자연에 감응하여 자신을 한껏 열어젖히는 감수성은 현대 서정시인을 대표하는 김용택시인의 고운 자태를 담아냈다. 바람과 비, 나비와 수양버들, 그리고 새와 강물 소리 들은 저마다의 모양과 빛깔과 향내를 진하게 풍기며 시 속에 들어 앉아 있고, 시인의 마음이 그것을 받아 춤추는 모습이다.

그래서 이 시집은 200여년 전 김홍도의 그림 ‘마상청앵도’의 섬세한 그윽함과 맞닿으면서 시집 전체를 봄의 흥취로 인도하고 있다.

또한 정겨워서 빙그레 웃음을 머금게 하는 고향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에 대한 시들은 고요한 달밤에 울려 퍼지는 노랫가락처럼 김용택시인의 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겹고 따뜻한 감흥을 선사한다.

‘꽃 아래 어여쁜 여인이 있어 / 천 가지 목소리로 생황을 부네 / 시인의 술상 위에 귤 한 쌍이 보기도 좋아라 / 언덕 위 버들가지 사이로 어지러이 오가는 저 꾀꼬리 / 보슬비 자욱이 끌어다가 봄 강에 비단을 짜네 / 작은 웅덩이, 빗방울들이 파문을 일으키며 / 그대를 향해 자금자금 걸어가네 / 하얀 맨발의 저 여인 / 내 몸과 생각의 생살을 트는 / 이 아름다운 봄날 / 같은 이불을 들추고 들어가 실버들가지로 나란히 눕고 싶은 색의 봄비/.(색의 전문)

시인은 색의를 통해 김홍도의 명작을 고스란히 담아내서 봄의 정취를 자신만의 시어로 표현한다. 마치 한편 명화를 보는 듯 하다.

계절이 사철 변하고 아이들이 으레 자라나듯 이번 시집에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유연하게 작품을 승화시켰다. 60년을 지난 나이를 무색케 하는 이 터질 듯한 감성은 절절하고 싱그럽기까지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시집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인생은 바람 같고 사람과 종교와 정치와 시와 경제도 대개 통제불능 이지만 그러나 대다한 무엇을 이루려 욕심내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시가 있고 대를 이어 가르쳤던 아이들이 있고, 고향의 산천이 있으며 추억이 있다”고 소개했다.

자연의 순환과 더불어 살아가며 사람의 순성을 잃지 않는 길을 따라 시인의 노래들은 오래 오래 독자의 곁에 남아 있다./이상덕기자· 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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