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 힘들어서 장롱 속에 숨겨준 순금예물이라도 팔아서 살림에 보태쓰려구요. 많이 아쉽긴 하지만 결혼때 예물로 받았을 때보다 금시세가 배나 올라서 지금이 팔 때인 것 같아요. ”
전주롯데백화점 금매장에서 만난 30대 후반 주부 이모(39·전주시 효자동)씨는 “경기불황에 남편이 실직하는 바람에 살림이 어려워졌다”며 예물로 받은 8돈(30g) 가량의 반지·목걸이·귀걸이로 구성된 순금세트를 120만원을 받고 팔았다.
극심한 경기불황과 금값 상승으로 인해 금을 팔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높은 금값을 이용한 재테크 목적이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빠듯한 살림에 보태쓰려는 생계형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31일 도내 백화점과 금은방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을 팔려는 사람들이 IMF외환위기 때보다 1인당 2~3배가량 많아졌다.
25일부터 30일까지 금매입행사를 실시했던 전주롯데백화점은 5일 동안 610돈(2280g)에 약 8000만원어치나 금을 사들였다. 당일 시세에 따라 매입가는 다소 달랐지만 1돈 평균 14만원~15만5000원선에서 거래됐다.
고객마다 팔려는 금제품 종류도 천차만별이었다. 삼삼오오 몰려든 30대 중반~40대 초반 주부들은 주로 돌반지나 돌반지, 결혼예물 등을 가지고 나왔다. 판매량은 적게는 3~5돈, 많게는 10~20돈 안팎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저축과 주식 등에 재투자에, 또 다른 일부는 자녀학비나 가계살림에 보태쓰기 위함이었다.
초등생 자녀를 둔 주부 김모(43·김제)씨는 “남편 월급은 되레 줄었는데 학원비나 학용품 구입비 등 부담이 커져서 아이 학원비에라도 좀 보태려고 보관 중이던 돌 반지를 팔았다”며 “대학에 들어갈 때 등록금으로 쓰려고 아껴뒀는데 어쩔 수 없이 팔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박모(23)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나와 그동안 선물로 줬던 18K커플링과 14K귀걸이와 목걸이를 팔았다. 박씨는 “여자친구에게 많이 미안하지만, 현금으로 바꿔서 용돈을 쓰자고 서로 합의했다”며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더 예쁜 것으로 사주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60대 후반의 정모씨는 입원 중인 아내 병원비에 보태기 위해 순금목걸이와 행운의 열쇠 등 보관 중이던 금붙이 10돈 가량을 모두 현금으로 바꿔갔다. 경기불황에 살림이 빠듯해진 자식들에게 신세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이수진 홍보팀장은 “예상보다 금을 팔려는 고객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 우리도 놀랄 정도”라며 “경기불황에 가계살림이 어려워진데다가 금값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생계형, 투자형 고객들이 너도나도 몰렸다”고 말했다./김은숙 기자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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