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에서 비교적 잘 알려진 타올제조회사인 A사는 경기불황에 따라 주문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매출이 ‘빨간불’이 켜졌다. 그렇다고해서 직원을 해고할 수 없었던 A사 대표 B씨는 은행을 찾아가 운전자금 명목으로 5억원 대출을 신청했다. 그러나 은행은 기업규모가 작고, 담보력이 부족하다며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A사처럼 회사 존립을 위해 은행을 찾아갔다가 한숨을 내쉬며 뒤돌아서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대기업들은 담보력을 앞세워 거액의 대출을 챙기고 있다. 은행들의 차별에 따른 기업간 부익부빈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셈이다.
1일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도내 기업 324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1/4분기 전북지역 기업 자금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북지역 기업들의 자금사정전망치인 BSI는 71로 은 비교적 이전 분기(70)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사정이 큰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의 경우 18p(포인트)나 상승했으나 중소기업은 오히려 1P 가량 하락했다.
실례로 자동차 부품을 하는 C사는 매출이 절반이상 줄어 회사운영에 큰 타격을 받자 은행에 인건비를 주지 못해 운전자금 필요자금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찾아가 2억원을 대출받아 겨우 체불을 막았다. C사는 연간매출이 80억원을 넘을 정도로 탄탄한 중소기업이었지만 은행은 미래가 불투명하고 담보가 없다며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도내 기업 대부분은 필요자금의 76.8%는 내부자금으로 조달하거나 나머지 23%는 은행보다는 지원기금의 도움을 받고 있다.
1/4분기 외부자금수요BSI는 114로 전분기(110)보다 상승하여 외부자금수요가 증가하였다고 응답한 업체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
외부자금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응답한 기업들은 매출 감소(30.1%),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19.4%), 원자재가격 상승(11.7%) 및 외상매출금 증가(11.7%) 등을 주요 요인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기업들이 외부기관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8p였으나 중소기업은 3p로 큰 차이를 보였다.
전북본부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크게 내려갔는데도 불구, 경기침체 여파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신용도 및 담보여력이 하락함에 따라 자금조달여건이 크게 악화됐다”며 “은행들이 대기업에는 대출을 잘해주고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여전히 인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김은숙 기자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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