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원한식)
춘추전국시대 오(吳)나라 왕 수몽(壽夢)은 싸움을 무척 좋아해 그의 강대한 병력을 믿고 이웃 나라를 침략하는 바람에 오나라 민생은 끊일 새 없는 전화로 도탄에 빠질 지경이었습니다.
한 번은 오 왕이 초나라를 침공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오나라 대신들은 당시 정세로 보아 출병하게 되면 오나라에 대단히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왕에게 침공 계획을 거두도록 극구 권했습니다. 하지만 본디 성격이 강직해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은 꼭 하고 마는 오(吳)왕은 대신들의 권유를 듣기는커녕 오히려 청천벽력 같은 명령을 내렸습니다. “어느 누구도 감히 초나라 침공을 반대하는 죽여 버릴 것이다.”
이렇게 되자 대신들은 오왕의 침략계획을 찬성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목숨이 두려워 감히 간언하질 못했는데, 이때 소유자(少孺子)라고 하는 대신이 자기의 뜻을 굽히지 않고 오왕의 생각을 돌려놓을 요량으로 꾀를 냈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일찍 활과 화살을 들고 왕궁 후원에 나아가 배회하면서 아침 이슬로 그의 옷을 흠뻑 적시곤 했습니다. 이렇게 사흘이 되던 날 과연 오왕의 주의를 끌게 돼 이상하게 여긴 오왕이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이 하여 아침 일찍부터 옷을 적신 채 그렇게 서있는가?
신은 아침 일찍 후원에 와서 꾀꼬리를 잡으려다 그만 연못에 빠지는 바람에 옷은 젖었지만, 오히려 귀중한 교훈 하나를 얻었습니다.
꾀꼬리를 잡는데 무슨 교훈을 얻었는지 자세하게 말해보아라.
조금 전에 신이 이 후원에 와서 새를 찾아 활솜씨를 시험해 보려는데, 갑자기 나무 위에서 매미 한 마리가 소리 높여 울더군요. 그래서 머리를 들어 보니까 매미가 붙어 있는 바로 뒤에 사마귀 한 마리가 두 팔을 내밀고 막 매미를 덮치려고 하는 것이었지요.
사마귀는 매미가 이를 모르고 있으니 틀림없이 아침 식사로 잡았다 생각했겠지요. 그런데 천만 뜻밖에도 그 사마귀 뒤에는 또 꾀꼬리 한 마리가 목을 늘어뜨린 채 사마귀를 잡아먹으려고 온 정신을 기울이고 있더군요. 신은 그 때 활을 잡아당기고는 바로 쏘질 않았습니다. 사마귀가 팔을 뻗어 매미를 잡자, 꾀꼬리가 확 덮쳐 사마귀를 잡아 한 입에 넣어 막 삼키려는 순간에 신이 꾀꼬리를 조준해 활을 쏘니까 꾀꼬리가 맞고 땅으로 떨어지더군요.
사마귀와 꾀꼬리가 모두 눈앞의 이익만을 탐내느라 그 뒤에 있는 환난은 생각지도 않다가 그런 결과가 생긴 것이지요. 신 또한 막 달려가서 그 꾀꼬리를 주우려다 옆에 못이 있는 것을 모르고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지는 바람에 이렇게 온 몸이 물에 젖었습니다. 그래서 신도 그들과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얼마나 귀중한 교훈입니까?
이 말은 들은 오왕은 한참 무언가 깊이 생각하더니, 소유자의 말뜻을 깨달고 초나라를 침공할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전한(前漢)의 경학자(經學者)인 한영(韓孀)이 <시경(詩經)>의 해설서(解說書)로 지은 <한시외전(漢詩外傳)>에 나오는 이야기로, 여기에서 바로 당랑포선(螳螂捕蟬)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당랑포선은 사마귀(螳螂)가 매미(蟬)를 잡으려는데 꾀꼬리가 그 뒤에서 사마귀를 노리고 있는 것처럼,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자신에게 닥쳐올 재난을 생각지 못함을 비유하거나, 자신에게 닥쳐올 재난은 모르고 눈앞의 이익에만 눈독을 들이는 어리석은 사람을 비웃을 때 흔히 인용됩니다. 지금의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말입니다.
이른바 ‘노무현 패밀리’가 풍비박산 지경에 이르렀다는 소식입니다. 검찰 안팎에서 “이제는 ‘노무현 패밀리’ 가운데 더 잡아올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 14명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2002년 대선 과정에서 ‘희망돼지’ 저금통으로 상징되는 도덕적 우월성을 앞세워 집권했고, 재임 시절에는 ‘이권에 개입하거나 인사 청탁을 하다가 걸리면 패가망신시킬 것’이라며 스스로 ‘검은돈’에서 자유로운 정권임을 공언하였기에, 측근과 친인척들은 다 잡혀가도 ‘노 대통령만은……’하며 믿었는데, 그 놈의 돈 때문에 노 전 대통령 자신이 ‘매미에 눈이 먼 사마귀’ 꼴이 돼 패가망신 당하게 된 것입니다.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아름다운 벚꽃을 보면서도,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는 노랫가락이 떠오를 정도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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