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출판사에서 나온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녹두꽃 한 채반’은 세월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인간의 내면을 그린 서정시가 고스란히 안겨져 있다. 수없이 쏟아지는 시집 가운데 김시인의 이번 시집이 아름답게 보이는 까닭도 함부로 내보이지 않고 안으로 칼자국처럼 새긴 시어의 조탁이다. 그래서 무게가 있고 감동이 있다.
4장, 73편의 시들은 우리시대의 그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며 글쓰기가 한낱 원고지를 메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쓰는 이성과 감성의 조화임을 확인시켜준다.
‘어머니의 숟가락은 끼니때만 되면 아픈 분할을 시작했다 / 그 때마다 숟가락 끝에선 바림이 비벼가는 / 가느다란 단소 소리가 들렸다 / 그 떨리는 주목을 무슨 깃발 하나가 감아서 서럽게 다독였다 / 깃발은 눈물 묻어 축축했지만 빛나보였다 / 그 주목이 더 이상 분할을 시도할 수 없었을 때쯤 / 어머니의 숟가락은 / 끝 모를 영역으로부터 청녹이 슬기 시작했다 / 하늘빛하고도 바꿀 수 없는.(어머니의 숟가락 전문)
시인의 이 시를 통해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한다. 서정시 특유의 시각과 청각을 만족시키는 구조와 시어가 가슴에 와 닿는 매력 또한 안겨준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사람을 사람답게 사랑하고 사람의 값을 사람의 값으로 셈할 줄 아는 그런 고뇌의 시를 쓰고 싶었는데 쉽지가 않다”고 고백한다.
세 번째 시집 ‘새벽 길 떠날 때’를 발표한 후 칠 년만에 내놓은 이번 시집은 시인의 나이테만큼 완숙미를 보여준다. 그래서 미덥고 튼실하기만 하다.
완주출신으로 전북문인협회장, 전북예총연합회장을 역임한 시인은 전북문화상, 목정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전북일보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중이다, 시집, 산문집, 컬럼집 등을 통해 예리한 시각의 필봉을 보여준 바 있다./이상덕기자·lees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