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음식 스토리텔링

이흥재(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

일본 요코스카(?須賀)시에는 ‘카레의원연맹’이 있는데 회원들은 카레향기가 나는 명함을 쓰고 있다. ‘카레의 거리, 요코스카’라고 새겨진 윗부분을 손가락으로 비비면 구수한 카레향기가 난다. 다름 아니라 ‘요코스카 해군카레’를 홍보하기 위해 마이크로캡슐을 내장해 특별 제작한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달 전하고 있다.
요코스카는 음식으로 지역을 브랜드화하여 성공한 곳으로 일찍이 알려져 있다. 가장 큰 성공요인은 스토리성을 중시한데 있다고 ‘음식의 지역브랜드 전략’이라는 책에서 히토츠바시대학의 세끼 미츠히로 교수는 분석한다.
이 스토리텔링은 카레라이스의 탄생배경에 맞춰진다. 일본인들이 즐기는 카레라이스는 인도카레가 아니고 영국카레다. 영국음식은 대개 소박한데 스튜가 있어서 영양상의 균형을 유지해준다. 함정생활을 하던 영국군들이 이 스튜를 무척 먹고 싶어 하는데 항해 중에는 우유공급이 어려워 고기, 감자, 양파를 넣어 카레라이스를 개발했다고 한다. 이것이 군대식으로 정착되었고 즐겨먹던 일본군들이 제대 후 각지에 퍼트렸다고 한다. 해군카레는 이렇게 요코스카에서 출발하여 전국으로 퍼지게 되었다고 시 홈페이지는 전한다.
이 스토리텔링에서는 음식경쟁에서 흔히 보는 원조라거나 발생지라는 말 대신 ‘출발지’라는 말을 끌어내고 있다. 일본 카레는 영국산이고 그 루트는 해군이며 제대군인들이 전국으로 퍼트렸음을 요코스카이야기는 강조한다. 우리 전주 음식마케팅에서도 스토리텔링은 중요하다. 원조찾기나 발생배경만으로 스토리를 만들면 멋이 없다. 여기에 인간미가 깃들여진 감성에 주목하는 것이 더 전주다운 접근이 아닐지 모른다. 거센크론(Alexander Gerschenkron)의 ‘후발주자의 이익’은 여기에서 빛을 낼 수 있다.
전주 음식과 관련된 스토리를 어떻게 만들까. 파한삼아 예를 들어 만들어 보자. 남문시장 ‘현대옥’ 콩나물국밥이 유명한데 국밥을 먹으러 갈 때 전주사람들은 꼭 김을 사들고 간다더라. 국밥집에서 주지 않고 번거롭게 그 짓을 왜 시키는지 알고 보니 김장사도 함께 먹고 살기위한 시장상인들의 따뜻한 마음이 깃 들여 있었다는 이야기. 마찬가지로 ‘조점례남문피순대국밥집’ 앞에서 후식으로 식혜를 한잔 사먹는 것도 필수코스인데, 입가심보다도 식혜 한잔을 사고 파는 공존 · 공생의 마음씀씀이라더라는 이야기.
전주한정식은 권번기생 출신 모씨가 처음 개발하여 팔기 시작했는데, 높은 소리가 안 나와 창이 어려워 기생으로 성공하지 못하자 다른 것을 찾았고 그것이 바로 ‘행원’의 한정식이었다더라. 그 분은 그림도 잘 그려 국전에 내리 15회 입선할 정도였고, 번 돈은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어 대학을 보내고 외국유학 보내려고 자기 집까지도 팔았다는 이야기.
전주에는 그냥 ‘백반집’도 유명한데 반찬이 너무 많아 낭비라고 말하는데, 알고 보니 어른이 먹고 남은 밥상을 아래로 물려 나눠먹는 내리사랑의 전통 때문에 일부러 반찬을 많이 한다더라. 그래서 반찬을 남겨도 흉이 되지 않는 전통이 있다는 이야기.
‘왱이집’에서는 콩나물국밥을 먹고 난 뒤 보리튀밥을 한 주먹씩 들고 나오면서 먹는다. 어릴적 가난할 제 맛나게 먹던 것을 생각해서 주인이 손님에게 맘껏 내놓으면서 초심을 지키려 한다는 이야기. 이에 덧붙여서 보리에는 여성호르몬이 듬뿍 들어있어 후식으로 먹으면 예뻐진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면 멋지지 않겠는가.
한정식집 ‘궁’에서는 음식이 예술이다. 놋그릇, 주인의 음식이론, 퓨전의 오묘한 맛보다 벽면의 한시들을 보면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주인의 단아한 모습에 반해 어느 교수가 써준 싯귀가 있고, 그 시를 본 중국 여행가가 또 한편 써 줘 걸려있고, 이를 보고 시장이 친필로 써주고, 이에 용기를 낸 주인도 젊었을 때 지은 시를 내 걸었다고 한다. 눈으로 먹고 입으로 즐기며 귀로 담아가는 한식집 분위기이야기.
전주 막걸리는 맛과 안주가 유명한데 시정부의 리더십과 상인이나 예술인들의 팔로우십으로 만들어진 브랜드라하더라. 시정부에서 품종개발과 마케팅전략을 펼쳐 오늘날 일본에 전주막걸리 뿐만 아니라 한국막걸리 바람이 불게 되었다는 이야기.
과장이나 폄하가 아니라면 즐거운 상상으로 스트리텔링을 펼치는 새로운 마케팅전략으로 전주를 다시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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