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으로 강도 짓을 벌이려던 어설픈 20대가 피를 보고 놀라 줄행랑을 쳤다가 범행 현장에 떨어뜨리고 온 자신의 휴대전화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22일 전주 완산경찰서에 따르면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된 전주시 효자동에 사는 유모(27)씨가 PC방비와 술값 등을 마련하려 강도범행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난 19일 자정이 조금 넘어서 쯤.

하지만 처음 해보는 강도범행을 앞두고 가슴이 떨리는 것은 주체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집 주방에 있던 흉기를 품안에 감추고 나오자 유씨의 마음은 점차 안정이 되고 대담해졌다.

범행대상을 찾아 집 주변을 방황하며 두리번거리다 새벽 4시께 그는 귀가하는 김모(27)씨를 발견하고 뒤를 쫓았다.

조금 머뭇거리면서 쫓아가던 유씨는 냅다 김씨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김씨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몇 차례 더 폭력을 행사한 유씨는 품안에 가지고 있던 흉기를 꺼내 김씨의 목에 들이댄 뒤 “가진 것 다 내놔”라고 위협했다.

김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놓고 지갑까지 꺼냈고 이것을 받아들려던 유씨는 문득 ‘지갑을 뺏으면 죄가 더 커진다’는 생각에 한 손엔 흉기를 들고 다른 한 손엔 김씨가 건넨 지갑에 손을 대고 고뇌 아닌 고뇌에 빠졌다.

생각(?)에 잠긴 그를 보고 김씨가 돌변, 흉기를 든 자신의 손목을 붙잡자 화들짝 놀란 유씨는 김씨의 손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피까지 보게되자 놀란 유씨는 그 자리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달아났다.

100여m정도 도망가다 문득 수중에 자신의 휴대전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된 유씨. 집에 두고 왔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놓고 왔는지 황망해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결국 유씨는 근처 공중전화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고 피해자 김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있던 경찰은 공중전화 위치추적으로 유씨를 붙잡았고 그는 결국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가 전과가 없고 처음으로 강도행각을 하는 바람에 어리숙했다”며 “그가 걱정아닌 걱정을 했던 부분은 이미 강도 짓을 벌이려 했기 때문에 강도상해 혐의가 적용된다”고 말했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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