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황해권의 중심, 글로벌 새만금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장 이 춘 희
1960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82$에 불과하였다. 그 시절 이맘때이면 보릿고개니, 춘궁기니 하면서 끼니 걱정을 하고 살았었다. 계산상으로 보면 한 가족이 하루에 1$도 채 안되는 돈으로 살아야 했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절대빈곤 국가의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2만$ 소득의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은 경제개발 5개년계획으로 대표되는 국가 주도의 경제성장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의 이면에는 소득간, 계층간, 지역간 불균형이라는 반갑지 않은 부산물이 생기게 되었고, 특히 지역간 불균형은 이제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게 되었다.
한정된 자원으로 경제개발을 추진해야 했던 상황에서 입지적 조건이 우수한 지역을 선정하여 집중 투자하는 거점개발방식은 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고, 미국, 일본 등을 경제개발의 파트너로 삼아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 전략을 추진했기에 지리적 이점이 있던 동남권 지역이 먼저 개발된 것 또한 이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수도권과 동남권을 있는 경부축 중심의 개발이 고착화되고 여타 지역은 낙후되어 그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나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역대 정부에서 수도권 집중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국토를 균형 있게 개발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 지방에서는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각 지역의 특성화된 발전을 통해 전 국토의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광역경제권 활성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지역발전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를 인구 500만 이상의 5대 광역경제권과 인구 100만 전후의 2개 특별광역경제권으로 묶는 소위 5+2의 광역경제권에 대해 지역발전을 이끌어나갈 선도 프로젝트를 발굴하여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호남권의 경우 신재생에너지와 광소재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으로 현재 사업계획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우리 국토가 대외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서해안 신산업 벨트, 남해안 선(sun) 벨트, 동해안 에너지·관광벨트, 남북교류 접경지역 벨트 등 4개의 초광역 경제권을 지정하여 개발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우리 도민들의 희망과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새만금은 이 중 서해안 신산업 벨트의 중심에 있다. 새만금은 입지적으로도 서해안벨트의 중심에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의 성장을 견인해 나갈 새로운 산업을 입지시키고 육성·발전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401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을 확보하고 있어 어느 산업이든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고, 특히 용도별로 필요한 땅을 값싸게 제공할 수 있으며, 도로·철도·공항·항만 등 각종 인프라도 잘 갖추고 있다. 물론 새만금 내부개발이 진척되면 추가적인 인프라 건설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국유지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비교적 손쉽게 그리고 경제적으로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만금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은 앞으로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될 동북아 경제권, 즉 환황해권의 중심적 위치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 과거 우리 경제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해양경제권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 발전하였다면, 앞으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등 대륙경제권을 주목하여야 한다.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 최대의 교역 대상국이 된 지 오래고, 최근 세계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선진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하고 있으나 중국은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는 선에서 여전히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선진 경제대국들과의 격차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륙경제권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우리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중국의 동해안 즉 황해 연안을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1980년대 중국의 오늘이 있게 하였다고 추앙 받는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을 추진하면서 경제개발의 새로운 모델로 홍콩과 인접한 광저우, 선전 등 주강 삼각지를 경제특구로 지정하여 개발에 성공하였다. 그 여세를 몰아 1990년대에는 상하이 푸동지구를 중심으로 한 장강 삼각지를 성공적으로 개발하였고, 최근에는 베이징과 텐진을 잇는 진징지 지역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지역의 중심에 있는 빈하이 신구는 그 면적이 새만금의 5.5배에 달하는데 이미 수많은 외국기업들을 유치하여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은 황해연안의 3개 지역을 중심축으로 하여 경제발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 지역과 우리나라 그리고 일본이 앞으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동북아경제권, 즉 환황해경제권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며, 앞으로 새만금은 그 중심이 될 것이다.
새만금은 이제 더 이상 전라북도의 희망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미래의 성장 개념으로 제시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산업을 육성 발전시킬 새로운 산업기지이자 서해안 신산업 벨트의 중심인 동시에 머지않아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환황해권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앞서 중국의 개발에 대해 언급하였지만 그 규모와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고 빠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전라북도가 주창하고 있는 ‘글로벌 새만금’은 한낱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는 ‘글로벌 새만금’을 실현하기 위하여 새만금 내부개발에 속도를 내고 외국기업들이 들어와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업환경과 생활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와 전라북도는 그동안 새만금과 관련해서 제시했던 정책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새만금지역에 투자하고자 하는 이들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조속히 완비함으로써 빠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 실체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새만금의 비전을 담은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조속히 수립하는 한편, 그 계획을 차질 없이 실행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새만금을 주시하고 있는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민들은 새만금 지역에 들어오는 기업과 투자자본에게 보다 긍정적인 자세로 보다 열린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하여 기업의 입장에 서서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꼼꼼히 살펴서 그들의 애로와 불편을 해소해주어야 한다. 이와 같이 정부와 전라북도,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글로벌 새만금’의 꿈은 머지않아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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