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독감에 대하여

김환규 전북대학교 생물과학부 교수

돼지 독감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급속하게 전파되는 돼지 독감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유행성 독감 경보를 5단계로 격상시켰는데, 이는 전 세계적인 유행병 단계보다 한 단계 아래의 경보이다. 4단계 경보를 5단계로 올린 이유는 여러 나라에서 지속적인 인간 사이의 전염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4일 현재, 세계 20 개국에서 1,003명의 돼지 독감 환자가 보고됐으며 멕시코에서만 사망자가 150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돼지 독감은 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전염되어 WHO가 경보를 6단계로 격상시킬 것인가? WHO의 사무부총장인 케이지 후쿠다는 “우리가 생각하기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라고 하였으나 시각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신속한 돌연변이 형성 능력과 예측 불가능한 행동 때문에 전파 상태가 완화되어 결국 멈출 수도 있고, 아니면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어 광범위한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비록 이름은 돼지 독감이지만, 돼지 독감은 돼지 또는 돼지고기와의 직접 접촉에 의해 전염되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서 전파되는 호흡기성 바이러스에 의한다. 이 독감은 멕시코 내에서 약 1달간 전파된 다음, 국경을 넘어 미국의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되었으며 추가적으로 여러 나라로 전파되었다. 돼지 독감의 원인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A H1N1은 돼지에 일반적으로 감염되는 종류로,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되는 경우는 병든 돼지와 접촉한 사람 같이 매우 제한된 경우에만 일어난다고 알려져 왔다. 지금까지 인간 사이의 감염에 대한 보고는 거의 없었으나 이번 돼지 독감의 이러한 전염 능력 때문에 WHO가 유행병 경보를 5단계로 격상시켰다. 이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는 도대체 어디서 유래하는 것일까? 이들 바이러스는 처음에는 조류로부터 오기 시작하는데, 인간으로 바로 전염되지 않고 중간 매개자인 돼지로 들어간다. 그 곳에서 포유동물 종에 적응된 다음 인간에게 전염되는 경로를 갖고 있다. 돼지 독감은 주로 젊은 사람들에게 감염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나이 먹은 사람들은 과거에 H1N1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들은 강한 면역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현상은 1918년과 1919년에 유행했을 당시와 동일한 감염 연령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돼지 독감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일반적인 독감예방 및 치료 방법과 다르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방법을 살펴보면 첫째, 눈과 입 그리고 코 등 얼굴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바이러스는 이들 경로를 통하여 들어와 호흡기로 들어가게 된다. 둘째, 얼굴을 만져야만 할 경우에는 손을 따뜻한 물과 비누로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비누는 바이러스 입자를 보호하는 지질에 손상을 입히는 계면활성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비누는 모든 독감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적일 수 있다. 셋째, 씻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알코올 소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코올은 바이러스를 감싸고 있는 단백질을 파괴하여 바이러스를 불활성화 시킨다. 넷째, 감염 증상이 있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최소한 팔 길이만큼 떨어져서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감염자가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독감 바이러스가 포함된 액체 방울은 공기를 통하여 약 1 미터 정도 날아가기 때문이다. 물론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는 티슈로 꼭 가리고 해야 하며, 밖으로 노출된 바이러스는 수 시간 동안 감염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비누로 꼭 씻어야 한다. 다섯째, 마스크를 쓰면 최대 80%까지 독감 인플루엔자 또는 다른 호흡기성 병원체를 제거할 수 있다.
미국의 질병예방본부는 돼지 독감 백신 개발에 필요한 종자 균주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발표하였다. 수백만명에 해당되는 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나 올 가을에는 사용가능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좋은 소식은 타미플루나 렐렌자 같은 약품으로 이 바이러스의 처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돼지 독감 바이러스도 이들 약제에 대해 저항성을 획득할 수 있다. 따라서 예방 차원에서 타미플루를 복용하면 약제 저항성이 생기므로 유의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 인플루엔자는 호흡기성 바이러스로 식품 유래 질병 즉, 식품을 만지거나 먹는다고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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