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지만 불경기로 허덕이는 서민들에게는 ‘잔인한 5월’이다. 1일 근로자의 날로 시작된 황금연휴에 어린이·어버이·스승·성년· 부부의 날까지 각종 기념일에 결혼식 등 온갖 행사까지 몰려 서민가계는 바닥을 드러낼 지경이다. 경기도 안 좋은데 물가까지 오르고, 수입은 뻔한 데 지출은 두 배 이상 늘어나는 5월. 서민들의 가슴은 답답하고 무겁기만 하다. 5월 특수를 기대했던 도내 유통업계도 불황 탓에 작년보다 매출이 급감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무서운 기념일=직장인 김모(44·전주시 효자동)씨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양가 부모에게 20만원씩 용돈을 보내드리고, 홍삼세트를 선물했다. 평균 월급이 300만원 정도인 김씨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만 30% 이상을 썼다. 김씨는 “어린이날에는 초등학생인 두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갔다가 40만원 정도를 지출했는데, 어버이날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힘든 형편이지만 용돈을 챙겨드렸다”며 “가뜩이나 회사사정이 좋지 않아 보너스도 줄었는데 지출은 크게 늘어나 정말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했다.
주부 최모(39·전주시 중화산동)씨는 요즘 가계부만 보면 머리가 아프다. 최씨는 “5월들어 가계부쓰기가 겁날 정도로 나가는 돈이 많아졌다”며 “남편 수입은 뻔한데 스승의 날엔 초등생인 딸아이 선생님도 챙겨야 하고 반찬값을 아무리 아껴도 물가가 올라서 별 도움이 안된다”고 푸념했다.
줄이은 기념일에 결혼 등 잔치가 많은 것도 서민들의 가슴을 억누르고 있다. 직장인 송모(33.익산시영등동)씨는 “이번 주말만 하더라도 결혼 등 각종 행사가 6개 이상이 잡혀 있어서 가계 부담이 되고 있다” 며 “계획적인 소비 생활을 한다고 해도 좋은 일에 비용을 줄일 수 없어 고민이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특수도 ‘옛말’
5월 특수를 기대했던 도내 대형마트 등도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진 탓에 작년보다 매출이 감소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해 5월 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이마트 전주점은 어버이날까지 지났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가정의 달 매출 부진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비생필품인 침장(12%), 조명(17%), 자동차(9%), 패션(13%) 부분 위주로 매출이 역신장했고, 결혼시즌임에도 냉장고와 대형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도 15% 가량 매출이 줄었다.
그나마 어버이날을 맞아 저가형 건강용품 매출이 25%이상 신장세를 보이고, 3~5만원대 안마기, 족욕기 등이 인기를 끌긴 했지만, 작년만큼의 특수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농협하나로마트전주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각종 기념일을 맞아 할인행사를 펼쳤지만 작년 보다 10%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
이맘때 롯데백화점 전주점의 매출은 10% 이상 늘어나긴 했지만, 경기불황을 틈탄 아동복이나 효선물 등 일부 저가상품 판촉전의 효과 때문일 뿐이다.
이마트 김현준 파트장은 "불황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심리가 고가보다는 저가로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졌고, 선물도 예전엔 3개를 샀다면 올해는 2개로 줄이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며 "가뜩이나 대형마트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매출이 줄어들고 있어서 가정의 달 특수를 기대했는데 그조차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김은숙 기자myiope@
/유진휘 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