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와 개인주의화에 따라 가족해체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가족을 위한 자신의 희생이란 전통적 사고에서 개인 각 삶의 질을 중요시 여기는 서구 개념이 확산됨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기성세대가 아닌 아동과 청소년 등 가족내 상대적 약자들이 가족 해체에 따라 보육 사각지대에 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본보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해체 현장에서 직접 아픔을 경험하고 있거나 사회적 가족이란 새로운 인연의 끈을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삶을 직접 들여다보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상)입양으로 이룬 대가족
중)상처입은 청소년들을 끌어 안은 위탁기관
하)급증하는 조손가정
완주군 소양면 화심리 “아버지의 집” 강명복(43)목사와 최은주(40)씨 부부는 이 인근에서 ‘갑부’로 통한다.
자녀가 11명이나 되는 대가족인데다 마을 대소사를 꼼꼼히 챙기는 부부의 넉넉한 마음까지, 가진 것이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부부의 자녀들은 친자녀 3명 이외에 위탁해 돌보는 아이 4명, 가슴으로 낳아 키우는 4명이다.
강목사 부부에게 입양은 유별난 일이 아니다. 그저 또 한명의 아들·딸이 생기는 것에 불과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강씨가 입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8년전 보육원 봉사활동에 참가해 열악한 환경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부터다.
지난 2002년 5살난 소희(12)양의 입양을 시작으로, 2003년과 요한(6)이와 2005년 하늘이(4), 그리고 2007년에는 건희(3)를 입양했다.
강씨 부부는 건희를 데려올 당시 뇌경색을 앓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아빠·엄마의 사랑과 맑은 공기로 몸 상태가 호전돼 지금은 한시름 덜었다.
이들을 입양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소희를 데려올 당시 ‘경제적 어려움’을 얘기하는 부인 최씨의 반대에 부딪혀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천군만마’같은 적극적 지지로 소희양을 데려올 수 있었고 오히려 지금은 최씨가 아이들을 더 예뻐해 어느덧 4명에까지 이르게 됐다.
입양된 아이들 역시 엄마와 아빠가 자신들을 직접 낳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상처로 여기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강씨는 “처음 입양했던 소희가 학교에서 너는 팥쥐인데 엄마가 잘 해주는냐는 놀림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울분을 삭히기 어려운 날도 있었다”며 “이제는 이웃들도 입양을 자연스럽게 받아주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씨 부부는 낮은 입양문화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했다.
강씨는 “입양된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을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사회가 되지는 못한 것 같다”며 “입양아를 한 가정의 자녀로 바라보는 주위의 시각에는 아직도 거부감이 들어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부인 최씨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는 친자녀와는 다른 나눔과 사랑을 깨달을 수 있는 양육의 기쁨이 있다”며 “아이는 돈이 아니라 정성으로 키워야 한다”고 환하게 웃음지었다./남양호기자·nyh3344@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