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전라북도 초등학생 편지쓰기대회 입상작(대상)』

제목 :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에게

성명 : 군산 해성초등학교 5-1 조경식

아빠, 안녕하세요?
저 경식이에요. 설마 벌써 저 잊어버린 것은 아니시죠!
벌써 아빠랑 헤어진 지 3년이나 되었네요. 저는 지금 군산에 있는 해성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아빠가 불 끄시러 출동했다가 사고로 하늘나라에 가시고 나서 엄마는 돈 벌러 나가시고 저희들은 군산에 있는 할머니네 집으로 왔거든요. 효빈이도 이제는 벌써 2학년이고, 현준이도 같은 학교에 있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어요. 서울에서 아빠랑 같이 살 때에는 아빠, 엄마, 저, 효빈이, 현준이 이렇게 다섯 명이었는데 지금은 할머니, 큰아빠, 저, 효빈이, 효준이 이렇게 다섯 명이에요. 숫자는 똑같이 다섯 명인데 아빠 대신 큰아빠, 엄마 대신 할머니랑 살고 있는 셈이네요.
아빠, 하늘나라 가시고 엄마는 조금 있다가 돈 벌러 나가셨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얼굴을 못 봤어요. 전화번호도 바뀌어서 목소리도 못 들어봤고요.
솔직히 설날이나 효빈이 입학실날, 어린이날에 전화라도 한 통 오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엄마는 돈 버시느라 너무 바쁘셔서 그런지 연락이 없네요.
그렇지만 저보다 효빈이랑 현준이가 엄마 더 많이 보고 싶을 텐데, 효빈이랑 현준이가 잘 참고 있어 저도 아무렇지 않은 척 꾹 참고 있는 중이에요. 할머니께서는 엄마 얘기가 나오면 입을 꾹 다무시고 아무 말씀도 안 하세요. 택시 운전을 하시면서 저희를 뒷바라지 해주시는 큰아빠도 엄마 얘기를 안 해주시구요. 큰아빠는 휴대폰도 있고, 택시도 있으니깐 어쩌면 엄마를 쉽게 찾아주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 얘기만 꺼내면 딴청이십니다.
아참, 아빠, 저 ‘버스운전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원래 아빠랑 같이 살 때는 아빠처럼 용감하고 멋지게 불 끄는 소방관이 꿈이었는데 소방관은 불 끄는데 바빠서 엄마 찾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버스운전사로 꿈을 바꾸었어요.
버스 운전사가 되면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을 모두 돌아다닐 수 있어 엄마를 찾기에도 쉽고 돈도 벌 수 있잖아요. 선생님께 물어보니 버스운전사는 ‘자동차 운전 면허증’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에요. 아빠도 눈치채셨겠지만 제가 사실 공부는 잘 못하잖아요. 처음에는 큰아빠처럼 택시 기사를 할까도 생각해봤었는데 택시는 같은 지역만 돌아다니기 때문에 엄마를 찾기에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고보면 버스운전사가 되면 정말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제일 먼저 엄마를 찾을 수 있고 두 번째로 돈을 벌어 할머니랑 큰아빠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동생들 옷이랑 게임기도 사줄 수 있잖아요. 또 가족들이랑 어디 놀러갈 때 제가 운전하는 버스에 다 타고 갈 수도 있어요. 지금은 저랑 동생들이 키랑 덩치가 작기 때문에 큰아빠 택시로 충분하지만, 나중에 저희가 키랑 덩치가 커지면 큰아빠 택시가 좀 좁을 것 같거든요.
학교에서 선생님께 버스운전사가 되어 엄마를 찾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웃으시면서 참 좋은 생각이라고 칭찬해 주셨어요. 그런데 그럼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는 어떻게 찾을 거냐고 물으시네요. 아참! 아빠 미안해요. 제가 아빠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그래도 너무 많이 서운해 하지는 마세요. 제가 오늘 집에 가서 축구선수가 꿈이라는 막내 현준이를 설득시킬게요. ‘비행기 조종사’로 꿈을 바꾸라고 말이에요. 효준이가 조종하는 비행기 타고 아빠 찾으러 가면 되잖아요. 아니면 여동생 효빈이를 설득시킬까도 고민이에요. ‘여자 비행기 조종사’가 더 멋있을 것도 같거든요.
아빠, 많이많이 보고 싶어요. 엄마도 많이 보고 싶고요. 가끔 아빠 엄마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데, 동생들한테 들킬까 봐 꾹 참고 있어요. 제가 씩씩해야지 동생들도 돌봐주고 엄마 아빠 보고 싶다고 울 때 타이를 수도 있잖아요.
아빠, 하늘나라에도 개나리가 활짝 폈겠지요? 서울에서 아빠랑 엄마랑 같이 살 때에는 봄에는 꼭 개나리랑 벚꽃 구경하러 온 식구가 김밥 싸서 소풍갔었는데….
아빠, 많이 보고 싶고 울음 나오려고 해도 꾹 참고 기다릴게요. 엄마도 돈 벌러 나간 지 3년이나 됐으니깐 조금만 기다리세요. 어디 아프지 말고, 저희 만날 때까지 건강하셔야 돼요. 그럼, 다음에 또 편지할게요.
아빠, 사랑해요!

2009년 4월 13일
큰아들 경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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