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가 막을 건가, 피어나는 진달래꽃을

박영학(원광대 교수)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현상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전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인구의 48.3%, 지역총생산 47.7%, 금융 67.8%, 제조업체수 56.6%, 대학 39.3%가 집중되어 있다.
100대 기업 본사 91%, 벤처기업 70%, 제조업체 57%, 금융 대출 67%, 공공기관 85%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현상을 몇몇 국가와 비교한 김중석(2006)에 따르면 한국 47.2, 일본 32.6, 프랑스 18.7 영국 12.2%이다. 수도권 인구 집중 추세는 한국의 경우 70년에 28.3, 80년대에 35.5, 90년대에 42. 8, 00년대에 47.2%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반면 일본은 28.9→ 30,5→ 31,9→32.6%이다. 한국에 비해 비교적 완만하다. 프랑스는 18.5→ 18.5→18.8→ 18.7, 영국은 13.5 →12.1→ 11.9→ 12.2%였다. 프랑스는 70년대부터 00년대에 이르는 30년 사이에 큰 변화가 없으며 영국은 오히려 감소 추세이다. 물론 이런 추이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나라마다 인구변동 추이나 조건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수도권 과밀 집중현상을 타개하려는 노력은커녕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어렵사리 마련한 규제를 아예 해제하는데 급급하다. 명분은 경제 살리기다. 지방 분권은 얘기하는 것 자체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매우 의미 없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수도권 집중현상이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말 그대로 한국적 현상인데도 말이다. 이런 기이한 현상의 배후에 도사린 원인은 땅값이다. 신분상승의 확실한 기대치는 부동산이다. 땅값을 담론의 주요 의제로 삼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주택 소유 율은 줄잡아 50% 정도라고 한다. 이들의 최대관심이 집 · 땅값에 집중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좁은 국토면적에 과다 인구를 수용하는 우리나라의 형편을 감안하면 땅을 귀하게 여긴 것은 오랜 관행이다.
수도권의 인구는 과밀이 지나칠수록 집-땅값이 치솟는다. 인구 유입은 집 수요를 창출하고 다세데 소유자는 그만큼 반사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다. 너나없이 삼보 일배 올리듯 정성을 모아 서울의 변두리로 몰려 다시 도심으로 진출을 꿈꾼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수도권 집중을 완화할 묘책은 없을 것이다. 시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전체인구 가운데 47.2 %를 점유하는 수도권 인구를 외면한 정책을 그 어떤 뱃장 좋은 정치지도자나 정당이 감행할 수 있을까.
사람, 돈, 권력이 서울에 집중된 오늘, 지방은 단순 주거공간에 불과하다. 정치 공간, 경제 공간, 문화 공간은 아예 기대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런 심각한 수도권 집중을 더욱 단단하게 다지는 데 기여하는 것이 언론이다. 김영호(2009)는 전국 일간 신문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거대 일간지의 여론독과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여론 형성에 관한한 지역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서울뿐인, 서울시민의 의식이 곧 한국인의 대표적인 당대의식이라는 믿음은 맞다. 그럼으로 서울만 보고 달려가는 기관차는 정확히 노선 선정에 성공한 셈이다. 그리하여 모든 재화가, 모든 사람이, 모든 권력이 더 많이 서울로 집중되는 것은 옳다. 서울은 지금 보다 더 포화되어야 맞다. 공기가 오염되고 교통이 불편하고 집값이 상승해도 상관없다. 휴전선을 지근거리에 두고 이렇게 과밀해도 상관없다. 공기가 오염되어 호흡 질환이 빈발하면 서울 소재 거대 제약사와 병원이 살판나는 일 아닌가. 그리하여 서울은 더욱 더 포화되어야 하고 지역을 공동화시키는 국가 정책은 맞다. 텅 빈 지역에서 쾌적한 공기나 배불리 마시도록 버려두는 정책은 옳다. 지역민 전체의식을 서울지향의식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맞다. 이미 올라버린 서울 땅값을 더욱 보전시키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종부세를 인하하는 것은 옳다. 그리하여 모든 지방이 껍데기가 되는 정책은 옳다. 그리하여 모든 ‘껍데기는 가라’고 외치는 정책은 맞다.
그리하여 신동엽의 시처럼, 껍데기는 가라,/사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껍데기는 가라./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껍데기는 가라.//그리하여, 다시/껍데기는 가라./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 논/아사달 아사녀가/중립의 혼례청 앞에 서서/부끄럼 빛내며/맞절할 지니//껍데기는 가라./한라에서 백두까지/향기로운 흙 가슴만 남고/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신동엽<껍데기는 가라>(1967년) 전문-
모든 지방이 껍데기기 되어서 공중에 부서지는 날, 그날에 이르러 비로소 목 놓아 사월은 또 오고 말 터임으로. “어느 누가 막을 것인가/태백줄기 고을고을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진달래 · 개나리 · 복사”를 -신동엽의 <아사녀>(196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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