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검찰 수장인 제 54대 전주지검장에 이재원(李載沅·51·사시 24회, 연수원 14기)검사장이 취임했다.

이 검사장은 25년의 검사생활동안 대검찰청 강력과장과 대검 중앙수사부 3과장을 비롯한 대검의 요직과 전국 일선 지검 특수부 검사부터 부장검사, 차장검사 까지 검찰의 모든 직책을 두루 거친, 한마디로 일선에서 뛰며, 수사에 잔뼈가 ‘공안통’ 검사장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다정다감하고 조용한 성품으로 현안에 대한 상황파악이 빠르고 분석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검찰 내에서 받고 있으며 불필요한 격식을 싫어하는 소탈한 행동으로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울산지검 차장검사 재직시절 ‘40대 가장의 47일간의 억울한 옥살이 사건’에서도 부장검사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에 “모든 게 너무 완벽해서 의심스럽다. 용의자가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만큼 끝까지 수사하라”며 업무만큼은 합리적이면서도 꼼꼼하고 깐깐한 시어머니(?)를 자처하기도 했다.

또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근무당시 경성사건 등을 맡아 정치인 10여명을 수사하는가 하면 또 한일어업협정관련 해양수산부 고위관리들과 조합간 유착사건, 최순영 대한생명 전 회장 사건과 관련해 홍두표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의 뇌물수수사건, 현직 경찰청 정보국장의 수뢰사건 등을 파헤쳐 명성을 날렸다.

이 검사장은 21일 취임식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지역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 도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검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검사장과의 일문일답.
-뜻하지 않게 전주지검장으로 오게 됐는데 소감과 여러 가지 사건으로 가라앉은 전주지검 분위기를 어떻게 추스를 것인지
▲문화와 전통의 도시 전주에 오게된 기쁨보다도 취임식에서 말했지만 제 스스로도 마음이 밝지는 않다.
일단 내부적 신명나는 직장 분위기 조성에 앞장 설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후배 검사들에게 ‘겸손’을 강조하겠다. 사무실 밖에서는 항상 몸을 낮추고 간과하지 말것이 그것이다. 그것을 실천해 절제된 검찰의 모습으로 지역민 애로사항 해결 앞장서겠다.
전주라 하면 먼저 ‘비빔밥’이 생각난다. 그리고 정갈한 음식도, 지난 96년도에 전주에서 1박을 한 적이 있다. 강암선생의 서예도 생각이 난다. 도시자체가 크지 않으면서도 운치가 있고 질서가 잡혀있는 도시라 생각한다.
전주, 그리고 전북은 새만금시대에 맞춘 전진기지로 전통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무엇보다도 법조 3성의 훌륭한 고향인 이곳에 근무하게돼 무한한 영광이다.

-취임식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검찰상을 ‘강강약약’, ‘역지사지’, ‘담대심소’라 강조했는데 다시 한번 설명한다면.
▲내가 생각하면서 검찰생활을 해왔고 부하 직원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말이다.
강강약약은 강자에게는 엄정하게, 약자에게는 관용을 베푸는 검찰권 행사를 하는 것이며 이런 검찰의 모습이 국민에게 인정받는 것이다.
역지사지는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는 자기 자신을 존중받지 못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국민들이 평가할 뿐이다. 그것을 우리가 겸손하게 받아들여야한다는 취지다.
마지막으로 담대심소는 수사 등 업무를 처리할 때 크고 폭넓게, 아예 그 뿌리까지 철저하게 하고 모든 것을 꼼꼼하게 세심하게 마무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 모든 것을 하나라도 지키지 않는 다면 우리 검찰은 인정받을 수 없고 지역민들에게 봉사하는, 사랑 받는 검찰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도내의 경우 뿐만 아닌 어느 지역에 가도 특정 인맥과 학맥에 따른 토호세력이 있고 심지어 검찰의 수사까지 개입해 수사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마운 지적이다. 전통 문화도시라는 고상한 멋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토호세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전주지검 일부 검사들과 직원들의 경우도 고향출신이어서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 활발하다보면 잘못된 부분이 감춰지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을 것.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다.
담대심사의 원칙으로 모든 업무처리를 철저히 하겠으며 내부직원들이 행여 그런일들이 있면 인사조치도 불사할 것이다.

-울산지검 차장검사 재직당시 ‘억울한 옥살이를 한 40대’를 구속 취소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그 이야기를 해달라.
▲당시 사건은 한 장날에서 여성 두명을 상대로 벌인 한명은 3시간 넘게 끌고 다니며 금품을 강취한 강도사건이었다. 그런데 경찰이 당시 용의자를 특정해 당시 그 장소에 있던 남성들의 사진을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범인을 특정하라고 했다.
그 때문에 피해자는 사진으로 인해 범인의 인상이 그것으로 대체 됐다. 범인 식별이 잘못된 것이다.
해당 검사는 구속의견을 냈고 난 그 부분이 상당히 의심스러웠다. ‘어떻게 용의자는 무죄를 주장하는데 확신할 수 있는지...,’ 부장회의를 소집했다. 의견이 갈렸고 결국은 기소까지 하게 됐다. 판사까지 범인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수사를 계속할 것을 명했고 재판이 진행 중에 진범이 붙잡혔다. 그래서 법원에 구속취소청구를 했다.
당시 사건에서 얻을 수 있었던 교훈이 바로 내가 강조하는 ‘인권’이다. 기소를 했어도 항상 끝까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꼼꼼하게 살펴볼 때 인권을 보장할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그 사건을 거울삼아 항상 나의 뒤를 돌아보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생계형 범죄처분 수위, 기업 등 경제관련 사범문제를 놓고 검찰의 처분의 탄력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다. 지역실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검 방침을 큰 축으로 행정법규위반 사범 등 많은 관용적인 조치가 취해지고 있고 법안도 통과 됐다.
과거 같은 무작위적인 압수수색, 무한정의 수사기간 연장은 검찰이 지양해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자체 계도를 통해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를 통해 과감하게 불입건 조치하는 등 선처하는 방법이 큰 틀이다. 앞으로도 우리 검찰은 그런 방향으로 지향할 것이다.
그리고 (생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지른 경우 구형 감량 내지는 기소유예 등을 처분할 방침이다.

-지역사회의 유대강화에 따른 구체적인 검찰 방안과 지역주민들을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
▲범죄예방 협의회와 범죄피해자 예방지원센터, 검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관과 잘 연대해 나가고 대학과의 형사실무 연구회도 계속 활성화 시켜 나갈 것이다.
아울러 검찰이 수사의 주체가 돼 있지만 사법경찰관과 특별사법경찰관들, 형 집행부분에서는 교도소와 소년원, 출입국관리소등 유관 기관과 힘을 합쳐 법질서가 확립되도록 노력하겠다. 그렇게 하면서 지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도울 수 있는 검찰상을 만들어 나가겠다./백세종기자·103bell@

이재원 검사장 주요 경력

1958년 광주 출생,
광주제일고 졸
1980년 서울대 법학과졸
1982년 사법시험 합격(24회)
1984년 사법연수원 수료(14기)
1985년 軍법무관
1986년 부산지검 울산지청 검사
1987년 대구지검 검사
1989년 서울지검 검사
1992년 부산지검 검사
1994년 인천지검 검사
1996년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
1998년 광주지검 부부장검사
1998년 서울지검 부부장검사
1999년 대전지검 특수부장
2000년 同형사2부장
2001년 대검 강력과장
2002년 同중수3과장
2003년 서울지검 공안2부장
2004년 서울고검 검사
2005년 울산지검 차장검사
2006년 대구지검 1차장검사
2007년 수원지검 안산지청장
2008년 서울고검 형사부장
2009년 광주고검 차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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