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감싸는 슬라브 음악의 정수가 전주를 찾아온다.
곡에 대한 남다른 해석과 깊고 그윽한 중저음으로 우리시대 최고의 합창단으로 손꼽히는 러시아국립볼쇼이합창단(사진)이 전주공연을 갖는다. 전국 10곳에서 이어질 이번 내한 공연 중 전주는 26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장엄하고 화려한 막을 올린다.
1928년 창단돼 80여년의 역사를 지닌 볼쇼이합창단은 그동안 60여개국 순회 공연을 통해 그 진가를 입증한 세계 최고의 합창단. 오라토리오, 칸타타, 아카펠라 성악곡 등에서 대중적 감흥이 넘치는 오페라까지 5천여곡의 레퍼토리를 갖고 있는 합창단으로 더 유명하다.
볼쇼이의 방한은 지난 1988년 구소련의 서울올림픽 참가를 앞두고 처음 이뤄졌다. 이후 구소련 붕괴와 함께 1994년부터 2005년까지 5차례를 더 방문했다. 하지만 이번 방한팀은 그때와 사뭇 다르다. 앞서 공연이 지난 1983년부터 20여년 동안 지휘봉을 잡은 루드밀라 예르마코바의 무대였다면 이번은 그의 구소련 색채를 완전히 벗어나, 지난 2005년 새 예술감독에 취임한 레프 칸타로비치의 첫 국내 공연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스비리도프의 ‘그 옛날의 로망스’, 쇼스타코비치의 ‘로망스’, 안톤 루빈슈타인의 ‘멜로디’, 라흐마니노프의 ‘하나님을 찬양하리’, 바흐의 ‘아베 마리아’, 러시아 민요 ‘볼가강’,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곡으로 더 잘 알려진 ‘백학’, 그리고 우리 가곡인 ‘남촌’과 ‘청산에 살리라’등 22곡을 들려준다.
이 가운데 스비리도프의 ‘그 옛날의 로망스’는 푸시킨의 중편소설을 극화한 영화 ‘눈보라’(1964)를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불후의 명곡이고 러시아 민요 ‘볼가강’은 자신을 떠난 애인을 원망하며 새로운 사랑을 찾겠다는 회한의 노래로 아름답고 처연한 선율의 울림이 크다.
합창이지만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목소리가 빚어내는 화음은 천상의 음악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합창단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인 인간의 목소리가 표현하는 무한대의 예술성은 관람객들의 가슴을 아련하게 적시기에 족하다. 세계 최고의 명성으로 성악의 빼어난 예술성을 무대에 수놓고 있는 무대란 점에서 클래식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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