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으로 교육자로 그리고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판용씨(전주 아중중학교교감)는 시와 사진으로 현장을 노래하고 지켜왔다.
그가 이번에는 시인과 교육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진으로 교육 현장을 말한다. 김판용시인의 사진전 ??시간의 향기, 학교??가 진안에 위치한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에서 지난 30일부터 오는 6월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사진전은 사진작가이자 계남정미소 대표로 있는 김지연씨가 기획한 전시로, ??시간의 향기??라는 주제 아래 김지연, 김판용, 박성민씨 등 사진작가 세 명이 벌이는 3인 3색의 두 번째 마당이다.
김판용씨가 내놓은 사진들의 화두는 학교다. 오늘의 현장에서 과거를 반추하고 우리의 미래 교육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앵글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이미 사라져버린 학교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는 18개 학교의 풍경을 렌즈에 담아낸 작품들은 교육 아카이브를 꿈꾸는 작가의 마음인 셈이다.
특히 기존 작가들이 거들떠보지 않을 풍경에 렌즈를 들여댄 작가는 ??학교는 사회를 보는 창이자, 문화의 모태이기 때문에 학교를 직시하는 것이 지역 문화사를 파악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올 3월 전주아중중학교 교감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6년 반 동안 도교육청 공보담당 연구사로 일한 경험이 작업의 배경이 되었다는 김작가는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는 일상, 그 일상을 앵글에 담아 역사를 만드는 일이 자신의 책무??라고 덧붙인다. 한때 재학생이 천여명이 넘었던 학교가 열명 미만의 줄어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그는 ??공룡발자국??과 같다고 본다, 그래서 공룡의 역사처럼 학교는 도시화 이전 활기 넘쳤던 농촌의 화석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기획자이며 정미소 대표인 김지연씨는 ??김판용은 사진작가이기도 하지만 교육자이며 시인이고 그의 사진은 건조한 대상을 찍어도 애잔한 향기를 품는다??며 ??폐교된 학교사진, 금년에 입학생이 한명도 들이지 못한 외딴섬 속의 학교 사진에서도 맑은 눈을 가진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번 사진전은 사라지거나 또는 사라질 위기에 있는 소외지역 학교에 대한 조사보고서이자 역사의 기록물들이다.
특히 이번 사진전은 사진마다 시인의 간단한 캡션이 걸려 있어 신선하기까지 하다. 학교의 역사나 성장과정, 그리고 오늘날의 절박한 상황을 유려한 문체로 간결하게 보여줘 사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1955년 천막교실로 학교의 문을 연 정읍백암초등학교는 1977년 700명이 넘게 다녔지만 지금은 14명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며 가족처럼 지낸다는 사진 한 장은 김작가의 학교사랑을 읽을 수 있어 미덥기만 하다./이상덕기자·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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