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완주군 동상면 원등산 ‘사방(砂防)댐’은 온통 부실공사로 얼룩져 있었다.

계곡 곳곳 작게는 1m에서 크게는 2m 가까이 되는 크기의 돌들로 물길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제방이 쌓아져있었지만 이날 제방 사이사이 시멘트로 덧칠한 부분을 뚫고 서너 개의 물줄기가 콸콸 쏟아졌다.

게다가 측면제방으로 흘러드는 물줄기를 물길로 흘려보내기 위한 PVC파이프는 꽉 막혀 있었고 쏘시개로 조금 쑤셔보니 토사가 조금 흘러나오다가 다시 막혔다.

다른 제방 사이사이를 확인해보니 돌 제방 사이에 메워진 시멘트 역시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못한 곳이 다수 눈에 띠었다.

계곡으로 유입되는 물길이 인위적인 파이프를 통하지 않고 제방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틈새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차후 큰비가 오면 제방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말 그대로 현장 곳곳에서 부실공사라는 것을 보여줬다.

장마철을 앞두고 도내 곳곳에 설치된 올해 예산만 150억원이 넘는 일부 사방댐이 제방붕괴 위험과 제 기능을 못할 우려를 낳고 있다.

사방댐은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토석류와 유목을 차단하고 유속을 줄여 통과시켜 산기슭의 침식방지, 퇴적 피해방지 등을 위한 댐으로, 산림지역 홍수피해방지용 작은 댐이다.

수문이 있는 것은 아니고 댐 바로 밑에 유실목과 토사를 거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홍수피해를 예방하며, 물길이 아닌 곳에는 돌로 제방을 쌓아 토석류와 유목을 걸러 하류지역의 피해를 막게된다.

그러나 이 5m 높이의 사방댐 하류에는 일부 유실 목과 토사가 그대로 여과 없이 흘러 내려온 상태였다. 사방댐이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거의 비가 내린 적이 없다가 1주일 전 쯤 도내 전역에 40여mm 정도의 비가 내린 것을 감안해도 이 지경으로, 향후 적게는 100mm, 많게는 한해 강우량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장마철에 이 사방댐이 붕괴되고 무용지물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했다.

기상당국은 여름철 예보는 올해 장마가 여느 해보다 빠르고 강우량도 국지성을 띠겠다고 예보했다. 말 그대로 시급한 개선 및 재 공사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관리 감독기관인 전북도의 철저한 사후관리, 현재 진행중인 공사에 대한 철저한 감독도 시급하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사방댐은 본 목적이 산사태나 목재, 암석등 흘러내린 유실물들을 막는 것이 주 목적이고 물을 잡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라며 "이 지역은 암석지역이아닌 흙으로된 지역으로 최대한 물길을 막았지만 물이 샌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지만 잘못된 부분은 바로 시정조치를 취해 앞으로 장마철 대비에 만전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산지 사방과 예방사방, 계류보전, 사방댐, 해안방재림 등 사방사업의 일환인 도내 사방댐은 지난 1986년 2곳을 시작으로 매년 그 설치 구역이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도내 288개소에 사방댐이 설치됐다.

지난해까지 모두 103억여원의 국비와 도비, 시·군비가 투입됐고 올 들어서도 196억원, 그중 가장 규모가 큰 사방댐 사업은 올 들어 45개소에 158억여원이 새로 투입되고 있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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