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좋고 당당하게 내 손으로 돈 벌어서 손자 용돈 줄 때 가장 보람을 느끼지.”
지난 10년 동안 티격태격하면서도 가족보다 서로를 더 위해주는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는 장은규(70), 박대행(69) 할아버지. 둘의 관계에 대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장 친한 친구사이”라고 자랑한다.
현재 전주시설공단에서 청소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은 하루 종일 전주 도심 공영주차장 인근을 찾아다닌다. 오전 8~12시, 또는 오후 1~5시까지 무조건 하루 4시간을 일한다. 담당 구역만도 줄잡아 20여 곳에 이르고 거리도 남원 방향 색장동 만남의광장에서 호성동 만남의광장, 삼천동, 인후동, 중화산동 등까지 거의 전주 전역에 달한다.
가련산-실내체육관-종합경기장-호성동 만남의광장-신일강변아파트-색장동 만남의광장-롯데아파트-리치모텔-부영주차장-푸른산부인과-근영여고-완산구청 등등. 개인트럭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름값도 만만치 않단다.
지난 2월 전주시설공단에서 처음 노인일자리 참여사업을 실시할 때만해도 12명이 참여했다. 모두가 60-70대 노인들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호남지역사업본부와 전주시설공단이 협약을 맺어,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장은규-박대행 할아버지 조에서 일했던 할머니 한분이 최근 그만 뒀다.
장 할아버지는 “88만원짜리로 갔을 거야, 우리도 많이 흔들렸어. 하지만 우린 의리를 택했어. 인연 맺은 사람과 오래도록 같이하는 게 나이 먹으면서 깨친 생각이야"라고 말했다.
박 할아버지도 “우린 친구여, 같은 아파트에 26년간 살았는데, 어찌어찌하다가 친구가 돼서 지금까지 이렇게 의지하면서 살고 있어”라며 우정을 과시했다.
젊어서 동아건설 사우디사업팀과 전북여객에서 근무하고 개인 사업까지 했었다는 두 할아버지는 “한 달 42만원 밖에 못 받지만 내가 나갈 직장이 있고, 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지. 떳떳하고 당당해, 살맛이 절로 나지”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우리가 청소 안하면 전주시가 더러워져. 이렇게 친구끼리 맺어주는 것도 우리 같은 노인 인력를 쓰는 좋은 방법이지”라며 “경제가 어렵다지만 부지런히, 쉬지 않고 일하면 밥 굶는 사람 하나도 없어”라는 교훈도 빼놓지 않았다.
/김영무기자ㆍkimym@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