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지역민들의 든든한 ‘금고’역할을 해왔던 토종저축은행들이 고사위기에 몰리고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0여곳에 이르던 지역저축은행들은 1990년대 후반 IMF외환위기와 지난 해 금융위기를 거치더니 급기야는 2곳만 살아남았다. 국내외적인 시장상황을 읽지 못한 아마추어적 경영과 대주주의 불법적 운영 등으로 지역저축은행들은 문을 닫거나 거대 자금을 가진 외지저축은행에 ‘함몰’됐다. 이에 따라 본지는 좌초 위기에 몰린 지역저축은행의 오늘의 현실을 살펴보고,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두 차례에 걸쳐 긴급 진단해본다.<편집자주>

<상>-지역저축은행 현주소
올해 6월 현재 전북지역을 기반으로 두고 설립한 후 살아남은 향토 저축은행은 전북저축은행협회도지부를 맡고 있는 전일과 스타저축은행 단 두 곳 뿐이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도내 저축은행은 익산의 삼화, 남원의 유남 등을 합쳐 모두 9곳에 이르렀고,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익산 나라, 전주고려, 부안현대, 군산의 전북저축은행과 한일 등 7곳이 왕성한 영업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던 저축은행들은 불과 3년 전부터 인수합병과 부도 등으로 그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익산의 나라저축은행이 2006년 업계 1·2위를 다투는 호남솔로몬저축은행에 인수된 것을 시작으로, 작년 하반기 30여년간 지역토종은행으로 자리매김했던 고려저축은행이 부실을 면치 못하고 거대 자금을 가진 부산상호저축은행에 ‘터줏대감’의 자리를 내줬다. 여기에 시·군지역에서 영업을 해온 군산의 전북과 부안현대저축은행이 잇달아 부도나면서 예금보험공사로 넘어가게 됐고, 결국 기존 저축은행의 20%만이 ‘향토은행’이라는 명목을 유지하게 됐다.
이처럼 향토저축은행들이 ‘줄도산’을 맞게 된 것과 관련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열악한 지역경제 사정에 다른 대출시장의 한계와 국내외적 흐름을 읽지 못하는 구멍가게식의 운영과 비전문적이고 근시안적 사고를 가진 경영자의 마인드와 비도덕성이 결국 부실을 초래한 것”이라며 “이처럼 부위환경에 변화에 둔감하고, 준비되지 못한 경영 탓에 미국발 금융위기 등의 큰 파고를 넘지 못한 채 운영상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이들 은행들의 잘못된 경영에 따른 부실초래와는 별개로 부도와 부실을 수수방관한 지역 정·관계 등의 무관심을 지적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도내 경제계 한 인사는 “이들 저축은행들이 몰락한 데는 잘못된 운영 탓이 매우 크겠지만, 부도위기 당시 너무 쉽게 외지 은행에 흡수되도록 방관하거나 부도사태까지 맞게 한 지역적 무관심도 주된 원인 중 하나”라며 “시중은행을 꺼려한 지역 서민들의 든든한 금융지원을 해온 향토은행들에 대한 도내 정·관계의 정책적 관심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김은숙 기자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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