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시대의 힐빙식 운동

이흥재(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

TV 음식프로그램은 적어도 시청률 걱정은 안해도 된단다. 잘들 먹고 사는데도 여전히 관심꺼리 또는 사회문제이다. 우리 식생활에 관련된 자잘한 것들이 어느새 많이도 변했다. 원 없이 많이 먹기만을 소원하던 구세대들과 함께 살면서 모두가 잘 먹기를 걱정하고 있다. 이제는 나라가 나서서 챙겨야 할 지경이다.
우리는 지금 정말 잘 먹고 잘사는가. 뒷면을 보자. 우리 생활습관 변화에 따라 식생활은 폭식과 소식의 극단이 또아리 치고 있다. 2, 30대의 직장남성들 거의가 아침을 거른다. 점심은 사무실 주변에서 매식으로 후다닥 해치우고, 저녁은 불규칙적이며 과식하기 쉽다. 당연히 영양편중, 야채섭취 미달, 빠른 노화로 연결된다. 그 와중에 젊은 여성들은 단식으로 체중조절에 안간힘을 쓴다. 식생활의 개인차가 너무도 다르다.
우리 식단의 재료는 어떠한가. 식재료의 60%는 외국산이다. 곡물가격 폭등의 결과다. 원재료가 조리대에 오르는데 까지 걸리는 거리를 말하는 푸드 마일리지가 지나치게 길어 안정성이 위협받는다. 신토불이를 다시 내세워야할 것이다. 로컬 푸드가 신선한 공급과 농어촌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니 말이다. 우리는 바다, 산, 들이 가까이 있고 4계절 다양한 먹을거리가 풍부한데도 굳이 오래 걸리는 먼 곳 재료를 많이 쓰고있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식육이 문제이다. 교육, 체육 못지않게 중요한 음식교육 말이다. 우리가 뭘 먹으면 시각, 후각, 미각을 통해 뇌에 정보로 전달된다. 우리 혀에는 미뢰(味?, taste bud)가 있어 맛을 느끼는데, 생후 4천개가 만들어지고 성장과 더불어 20세에 최고로 9천개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이때 자연히 맛을 기억하게 되고 왕성한 식욕으로 성장과 신체균형을 담보하게 된다. 미각은 획일화되고, 청국장 · 된장 · 김치는 피하고, 키 크는데 도움 되는 것만 찾아 먹이거나 먹고 있다. ‘학교에서 아침먹이기 프로그램’과 ‘점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이유이다. 우리 뿐만아니라 영국에서도 ‘건강한 학교프로그램’에서 식육문제에 대한 행동계획을 운영할 지경이다.
야채결핍이 문제다. 식사의 외부화가 늘어나면서 냉장냉동식품, 인스턴트식, 가공식으로 해결한다. 주부역할이 늘어나면서 어쩔 수 없다. 건강지식은 많지만 실천은 어려운 추세이다. 밥, 국, 채소를 다시 밥상에 올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싱가폴은 '2+2 at work' 프로그램으로 직장에서 날마다 과일과 야채 각각 2종류를 먹도록 하는 ‘건강증진 의식향상 프로그램’을 권하고 있다. 영국이나 미국 학교 식생활 프로그램에도 과일이나 야채를 하루에 5품목 이상 먹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가정식이 다시 돋보인다. 가정에서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하기는 어렵다. 식사 매너에서도 예절보다 편리성이 앞선다. 밥상에서의 대화는 TV에게 빼앗긴다. 혼자서 식사하면 게임이나 휴대전화놀이를 하기 마련이다. 젓가락이나 숟가락 사용, 자세, 동작, 대화의 내용이나 수준, 식사 속도 등등 모두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우리의 중요한 문화이다.
이 문제들이 ‘지금 바로’ 우리의 문제이다. 이런 제반사항에 대해서 맛도시 전주에서는 우선 조례라도 정해서 오늘날 올바른 식생활문화를 펼치도록 주도해야 하지 않을까. 음식으로 창조도시를 지향하기 때문에 적어도 맑고 밝은 지역사회로 이끌려면 이러한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그 내용은 한마디로 약이 되는 식사를 하면서 힐링과 웰빙을 함께 누리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전주백반이나 비빔밥을 힐빙식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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