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지역대학에 우수인재 보내야

서거석/전북대학교 총장

경기침체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계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전국 가구의 실질 소득과 실질 소비지출이 전년 동기간에 비해 동시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런데 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3.9% 늘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자녀 교육만큼은 소홀할 수 없다는 부모 마음을 반영하는 결과다.
때문에 교육비 체감지수가 더욱 커지고 있다. 초·중·고생들의 사교육비도 그렇지만 서울로 대학을 보낸 부모들의 부담은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서울 소재 사립대에 다니는 학생이 등록금과 주거비, 생활비, 학원비 등으로 연간 지출해야할 총액은 아무리 아껴도 2천만 원 이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웬만한 가정 1년 소득의 4~50%를 대학생 자녀에게 쏟아 붇는 것이다. 반면 전주에 살면서 국립대에 다니는 학생은 전액 장학금을 받아 한 푼도 지출이 없거나 연간 500만 원이 못되는 비용을 지출한다.
그런데도 많은 학부모는 자녀들이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첫 번째는 서울에 소재한 대학이 지역 대학보다 더 좋은 대학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고, 두 번째는 서울 소재 대학을 다녀야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 생각들은 옳은 것일까. 이런 생각들이 전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상당 부분 막연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생각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 대학이 서울 소재 대학보다 경쟁력이 없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전북대의 경우 최근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QS사와 조선일보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2009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국내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그동안 전북대보다 더 좋은 대학이라고 인식되어왔던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을 모두 앞선 것이고, 지역 거점대학 중에서는 4위에 해당하는 순위다. 또한 ‘생명과학 및 의학’ 분야(9위)는 국내 10위권에 진입하여 광역시 소재 거점 국립대학은 물론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들과도 당당히 경쟁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취업률이나 질적인 측면도 서울 소재 대학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지난해 전북대는 거점 국립대 중 2위에 해당하는 취업률을 기록했다. 졸업생 3명 중 2명이 취업한 셈이고, 취업 재수를 선택한 학생들도 더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이다. 최근 5년간 국내 7대 주요 공기업에 입사한 졸업생 수에서는 전국 10위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공기업의 하나인 한국전력 합격자 수는 전국 7위였다.
전북대가 이 같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교수, 직원, 학생 모두가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힘을 모은 덕분이다. 교수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고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하여 열과 성을 다하고 있으며, 학생들도 입학과 함께 진로를 설계하고 실력을 쌓고 있다. 직원 역시 교수와 학생들이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행정서비스 제공에 만전을 다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러한 노력으로 전북대는 굵직한 정부사업들을 잇따라 유치하고 있으며, 전국 대학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대학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이제는 지역민들의 성원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성원의 방법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그것은 지역 대학을 믿고 우수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을 지역 대학에 보내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지역 대학이 전국 최고의 대학이 될 수 있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여 지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다. 서울 소재 대학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고비용 저효율’ 교육을 시킬 것인지, 아니면 경쟁력 있는 지역 대학을 믿고 ‘저비용 고효율’ 교육을 시킬 것인지 따져보면 정답이 훤히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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