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한 공무원이 10여년간의 집념 어린 노력 끝에 아직 실체가 규명되지 않았거나 지역에 산재돼 있던 판소리 동편제 유적을 발굴해 보고서를 발간, 주목받고 있다.
산내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김용근(49)씨는 얼마전 남원 지역 동편제 유적과 자료를 집대성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동편제와 명창의 계보, 관련 유적지에 관한 정보가 오롯이 새겨 있는 이 보고서엔 그가 동편제 연구에 쏟았던 열정과 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동편제 연구의 명인' 으로 평가 받는다.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틈나는 대로 지리산 지역에 흩어져 있는 판소리 유적지를 샅샅이 뒤져 동편제의 창시자인 가왕 송흥록의 유적과 후손을 찾는 데 성공했다.
김씨가 본격적으로 이 연구에 뛰어 들기 전까지 '판소리의 꽃'으로 불리는 동편제는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역사적 정체성을 확인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더구나 남원은 동편제의 발원지로서 현재 운봉읍 비전마을에 송흥록과 국창 박초월 명창의 생가가 조성돼 있을 뿐 동편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미진하기 그지 없었다.
그는 송흥록의 유적을 찾아낸 데 만족하지 않고 발굴에 매진한 결과 구술로만 전해 오던 조선 후기 8대 명창 중 한 명인 장재백의 일가 유적지를 비롯해 조선 최고의 여류명창으로 손꼽히는 이화중선의 실체를 확인했다.
또한 동편제 수령 양학천 명창과 수궁가의 거장 유성준과 김정문 명창의 일가와 유적지, 전라도 가야금 산조의 명인 박한용 등 그동안 거의 소멸되다 시피 했던 수많은 동편제 명인과 유적지, 후손과 제적을 확인해 냈다.
그는 자료 수집을 위한 일본 방문 등 2천여만원에 달하는 조사 비용을 자비로 충당했다.
예로 부터 당대 내로라 하는 명창들이 남원에 거주하며 소리공부를 함으로써 판소리의 큰 줄기인 동편제 산맥을 태동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자료나 유적은 거의 사장돼 있던 안타까운 현실에서 그가 거둔 성과는 남원이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판소리의 성지로 거듭나는 데 지대한 기여를 했음은 물론이다.
김씨는 오는 27일 오후 국악의 성지 인근에 위치한 송흥록 생가 비전마을회관에서 (가칭)가왕 송흥록 동편제 소리문화자원 연구회를 결성할 계획이다.
이 모임은 송흥록의 6대손인 송기화씨 일가가 주축이 되고 전국의 저명한 판소리학자와 교수 등 30명이 참가한다. 이날 참석자들은 동편제 연구에 관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김 씨는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남원이 동편제 발상지로서 정체성을 되찾는 데 각계각층의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원=김수현기자.ksh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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