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활동 공간 넓혀야 한다

(이철량)

이대통령이 지난번 제주도에서 국제 정상회의의 만찬으로 한식을 대접했다 해서 화제가 되었었다. 참 별것이 다 화제가 된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을 이제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은 왜 ,없었는지, 그래서 화제가 되었다면 다행한 일이지만... 어쨌든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참 잘한 일이며, 이제 우리가 우리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아마 모르긴 해도 그 만찬은 지나치지만 않았다면 정말 각국의 인사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것이며, 한국에 상당한 호감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날 세계에서 잘사는 나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산업을 일구어내 경제적 부를 누리는 미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많은 수익을 누리는 유럽의 프랑스나 이태리, 스페인과 같은 나라들이다. 그리고 산업과 문화 두 가지를 적절히 살려내 경제를 일군 일본은 독특하다, 그리고 자연환경을 잘 가꾸어 레저산업을 성공시킨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도 선진국이라 할 만하다. 한국은 그동안 산업 성장에 몰두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고, 이제 문화에 눈뜨고 있다. 여기에서 일본은 한국의 모델이 될 만하다. 잘 알려진 데로 일본은 첨단 산업도 세계 일류이지만 소규모 가족단위 공장이나 사업체들이 많이 발전해 있다. 2-3대에 걸쳐 내려온 음식점, 여러 종류의 공방들은 너무나 유명하다. 이것이 일본이 자랑하는 장인정신이다. 가업을 명예롭게 생각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업이란 것이 기실은 누대로 내려온 손 기술, 맛 기술 등이다. 집집마다 다른 자신들의 특색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오늘날 일본의 경제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의 음식과 공예기술이 세계적이란 것은 잘 알려진 것이다. 이태리의 가죽공예, 섬유, 프랑스의 향수, 음식 등등이 다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가계마다 누대로 내려온 기술 그것이 실상 문화재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발에 걸리는 것마다 문화재 감이다. 한국인, 특히 전라도 사람들의 감각과 손기술은 따라올 사람이 없으니 그렇다.
문화재는 무형문화재와 유형문화재로 구분된다. 유형문화재는 그 형질이 훼손되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지만, 반대로 무형문화재는 언제나 가변성을 가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정한 형태로 고정할 수 없는 음악이나 공연, 공예기술을 가진 장인 등이 무형문화재의 범주에 속한다. 무형문화재는 인간문화재로 불리기도 한다. 인간문화재는 본인이 사망하면 그 작품의 기능이 사라지게 되니 그 기술을 후대에 전수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게 된다. 전라북도에도 이와 같은 무형문화재들이 많이 지정되어있다. 그러나 그 수는 사실 많아질수록 좋은 것이다. 그런데 이들 지정된 무형문화재들이 너무나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기술은 어떻게 전수되고 있는지, 더불어 그들의 생활과 삶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더구나 그들의 작품이 보여 질수 있는 기회가 없으니 실상 누가 문화재인지 아는 사람도 드물다. 참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이처럼 묻혀 살아가고 있으니 그들의 삶이 나아질리 없고, 그들의 궁핍함에 놀란 젊은이들은 그 뒤를 따르려 하지 않는다. 물론 이들 문화재들이 경제적 욕망으로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부유하고 번잡함을 의도적으로 피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본래 그러한 성품이 문화재로 등재된 바탕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을 그렇게 방치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하는 이유는 많지만 세상은 그들에게 명예를 바쳐야 하고, 우리는 그들을 통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국가의 문화재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물론 그 영광 뒤에는 살을 깎는 고난의 시간들이 켭켭이 쌓였을 것이다. 한 인간이 그렇게 살아냈기에, 그렇게 이루어낸 결과이기에 그들에게 명예를 바쳐야한다. 그리고 그 신체는 굴뚝 없는 공장이다. 잘만하면 엄청난 고부가 가치의 공장이다. 우리 문화재 가치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노력의 값에 다름 아니다. 인간문화재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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