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문 복원, 반드시 해냅시다>

“역사를 해석하려는 열망은 너무도 뿌리깊은 것이어서, 만일 우리가 과거에 대하여 무엇인가 건설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신비주의나 냉소주의에 빠지게 된다.” 영국의 역사학자 E.H.Carr의 말이다. 역사는 현재가 만들어진 근거가 되고, 그 이력을 따라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역사적 조형물을 복원하고, 설화와 민담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처럼 역사가 지닌 의미 때문이다. 천년의 고도 전주에는 이 땅 어디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풍부한 역사가 존재한다. 전주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근거를 역사 복원에서 찾는 이유는 역사 그 자체가 가지는 의미에 기인한다.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하다. 지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많은 쟁점들은 근본적으로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결국 일자리의 문제이다. 남북 문제 또한 안정적인 경제활동, 그리고 미래의 삶을 위한 비전에 관한 문제이다. 언론법 개악도 여론 독점에 따라 다수 국민들의 이해와 요구가 왜곡될 수 있기에 국민 모두의 삶의 문제가 된다. 6대 도시로 꼽혔던 전주가 50대 도시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역을 떠나는 주민의 비율이 커지고 있고, 특히 일자리가 없어 외지로 밀려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무너진다. 지금 전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안정적인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대안 산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것이 역사 복원의 또 다른 의미라 할 수 있다.

역사를 현재 삶의 문제와 결합하는 문화산업의 발전이 4대문 복원사업의 핵심내용이다. 1997년 처음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나섰을 때 두 가지 ‘化’가 핵심공약이었다. ‘變化’와 ‘文化’가 그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이제 한지, 한식, 한옥 등 세 가지 ‘韓’문화를 빼고 전주를 말할 수 없다. 문화의 산업화는 전통의 복원과 함께 새로운 기회의 원천임을 현실이 증명하고 있다. 이제 이를 확대하고 더 중추적인 기간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도전이 필요하다.

1905년 조선통감부의 폐성령에 의해 풍남문을 제외한 3대문이 동시에 강제로 철거됐다. 도로나 공항 등 SOC의 건설도 중요하지만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반면, 전통문화복원은 단기간 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전주의 먹고 살 길이다. 아픈 역사를 치유하면서 경제적 근거를 동시에 마련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우리 눈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동, 서, 북문을 복원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전주는 지금과 비할 수 없는 국보급 도시가 된다. 유네스코의 문화유산도시로 지정되어 대한민국을 찾는 모든 외국인들의 필수 방문코스가 될 수 있다. 한해 수백만에 달하는 관광객들은 식당을 살아나게 하고, 숙박시설을 가득 메우게 될 것이다. 기념품 등 관련 부대사업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일자리와 이익을 보장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사랑하는 아들과 딸들이 함께 살아갈 근거를 찾게 된다. 전주가 역동적으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에 불가능하다며 머리젓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 이 모든 염원을 실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희망은 목표를 바로 알고 그 목표를 위해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에게만 성과로 주어진다. 전주 시민들의 염원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그리고 총력을 다해 요구하고 요구해야 한다. 전 국토를 공사현장으로 만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22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정부이다. 재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잘못 배치하는 문제이기에 힘을 모아 관철시켜야 한다. 함께 꾸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역사 속에 두려움과 체념이 발전의 동력이 되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4대문 복원의 과정 속에 우리가 다시 한번 기억해야할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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