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부안 격포 궁항에 가면 새로운 여름이 있다.
작은 포구에 도착하면 푸른 바다위에 떠있는 형형색색의 요트가 보인다. 마치 외국의 바다에 온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이색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람을 타고 파도와 함께 자유를 만끽하는 요트는 작고 아름다운 이 포구에서 색다른 여름을 경험 할 수 있다. 직접 요트를 타지 않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요트를 즐기는 방법이다. 더욱이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요트는 자연과 하나 되는 풍경을 만끽하기에 좋은 운동이다.
격포터미널에서 변산 일주 도로를 따라 부안영상테마파크 방향으로 500여m 지점을 가면 오른쪽에 궁항마을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이 길을 따라 고개를 올라서면 바다가 보이고 옹기종기 모인 마을이 궁항이다.
외변산의 아름다운 곳 가운데 피서객들이 자주 찾지 않는 궁항에서 요트 체험으로 이색적인 여름을 만들어 보자.

수상레포츠인 윈드서핑이나 수상스키를 넘어선 요트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매우 높다. 최근 지자체들이 요트 마리나 건설을 추진하고 요트교실을 여는 등 해양문화에 눈을 뜨고 있다. 부안의 요트학교는 전북 요트의 산실이다. 킬 워크 요트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부안군청 소속의 선수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더욱 신뢰가 간다.

영화에서 나오는 요트는 한 척에 수 십 억 원을 호가 한다. 무동력 세일링 요트도 고급자동차 값과 비슷하다. 그러나 요트를 자신이 소유하지 않는 다면 대여하거나 클럽활동을 통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부안요트학교에는 올 초 부안군청의 지원으로 일반인이 배울 수 있는 호비 브라보가 있다. 이 요트는 잘 넘어지지 않아 초보자들이 쉽게 배울 수 있다.
요트는 ‘딩기’와 ‘크루저’로 구분된다. 딩기는 바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소형 무동력 요트며 크루저는 소형 엔진과 선실을 구비한 대형 요트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영화에서 봤던 요트를 떠올리는 것이 크루저라 생각하면 된다.

딩기는 무동력으로 돛과 방향을 틀어주는 러더를 조작하며 바람을 이용해 바다를 항해 한다. 딩기는 윈드서핑과 비슷하지만 방향전환이 쉽고 빠른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크루저는 면허증이 필요해 1년에 10여 차례 시행하는 필기와 실기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요트가 비행기의 원리가 숨어 있다는 강사의 말에 의구심이 든다.
요트는 비행기가 하늘로 뜨는 ‘양력의 힘’이 숨어 있다. 비행기 날개가 하늘로 띄우는 양력의 힘이 요트의 돛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양력은 물체를 하늘로 띄우는 힘을 말하는데 기압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하는 원리를 이용한 힘이다. 비행기 날개와 같은 역할을 요트의 돛이 수행한다.

요트학교에서는 안전교육부터 실시한다. 그리고 균형 잡기, 바람방향에 따른 달리기, 풍하, 풍상코스 달리기 등을 국가대표 급 선수들에게 3~4시간이면 배우게 된다.

이제 나와 요트뿐이다.
변화무쌍한 바람을 이용해 달리는 요트는 자유를 선사한다. 요트와 몸을 파도에 맞기고 자연과 한 몸이 된 순간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거침없는 자유가 바로 요트의 최고 매력이다.

바람에 맞서기도 하고 순응하기도 하며 최대한 바람을 이용하는 기술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의 교육으로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 자체가 바다를 향한 동경과 도전의 세계이다.

바람이 부는 데로 파도에 의지하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이다. 뒤바람도 좋고 옆바람도 좋다. 아니 맞바람도 상관없다. 요트는 어떤 방향의 바람이 불어도 앞으로 나간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잠시 쉬었다 바람을 기다리면 된다.

요트를 타는 순간 시간은 바람에 의해 날아가고 형형색색의 돛에 머문 바람은 스트레스를 감아 날려 버린다. 한 여름 무더위는 그 어디에도 없다. 내리쬐는 태양에 피부가 탈까 하는 걱정은 선크림을 미리 바르고 타면 그뿐이다. 아니면 긴팔 옷을 입으면 된다.

안전사고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도교육청에서 지원해준 모터보터가 항상 요트 주위를 맴돌고 있다. 또 가족과 함께 고무보트, 바나나보트, 플라이피쉬를 즐길 수도 있다.
요트를 마치고 인근 전라좌수영 세트장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또 하나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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