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표

김환규 전북대학교 생물과학부 교수

최근 들어 정부 및 청와대에서 사교육 대책을 가지고 혼선을 빚는 모습이 자주 보여 지고 있다. 국세청을 통한 학원 단속과 심야학원 단속 방안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에 “교육을 바꿔야 나라가 산다”며 고강도 대책 마련을 주문했으며, 최근에는 마이스터고를 방문하여 기능의 습득을 통한 사회진입의 수월성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구호 아래 연구비 및 인력의 집중이 이루어졌고, 모든 평가 기준이 양적 잣대로 획일화 된지 오래다. 엊그제에는 몇몇 대학에서 전문계 출신들이 3년 이상 산업체에서 근무하면 무시험으로 대학에 진학시키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교육의 목표가 효율성 있는 기능인의 배출이라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펼쳐지고 있는 교육환경은 적절할 것이다. 마이스터고, 기숙형 학교와 자립형 학교 등등은 경쟁 지상주의를 부르짖는 지금의 교육환경에서는 적절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교육은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책임 의식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 인간 자체를 상품으로, 좀 더 진실 되게 표현하면 스스로를 사회에서 팔 수 있는 재산으로 밖에 생각 못하는 인간들을 양성하게 될 뿐이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단적으로 말하면, 선수들만 양성할 뿐이다. 목표도, 이상도 잊어버리고 오직 뛰어난 테크닉만 지닌 싸움꾼들을 사회에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대학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교수나 학생이나 모두 시장에서 요구하는 ‘경쟁력’이라는 싸움터에 내몰리다보니 진리 탐구나 문제해결 능력의 배양 같은 원래의 이상은 사라지고 온갖 수치와 점수만 나부끼고 있다.
세상은 변했지만, 교육의 목표가 무엇인가는 결코 변할 수 없는 가치이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팔 수 있는 기술을 배운다든가, 단지 일류학교 진학에 필요한 수단을 익힌다든가 하는 것이 현 시대의 교육 이념으로 타당한 것인가. 현 시점에서 교육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교육 개혁을 이야기하기 전에 교육의 본래 의미를 우리는, 아니 정책 당국자들은 잊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배웠고 지금도 유효한 교육의 목표는 어려운 게 아니다. “교육은 사회적 신뢰와 공감을 육성하고 타인과의 유대를 권장하며 문화가 문명생활을 유지하는데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일깨어 주어야 한다”는 제러미 리프킨의 지적은 그래서 매우 큰 타당성을 갖고 있다. 즉, 시장에서 팔아먹을 수 있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지, 현대 시민의 교육 목표 그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이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도 교육의 목표는 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인성교육, 민주사회에 필요한 시민의식 교육, 문제해결 능력, 그리고 최근 들어 더욱 가치를 발하고 있는 봉사학습 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성을 느끼는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효과적으로 교육시키는 것이다. 즉, 교실과 우리 사회를 하나로 엮어 모든 공부가 우리 인간의 실생활과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 등지에서 이미 시도되고 있는 이러한 교육 방식은 전통적인 학습방법에 현장학습과 문제해결 능력 향상 방법, 시스템 중심의 개념학습을 통합하는 것이다.
위기에 개혁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진정한 위기는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추구하는 정책이 교육에도 철저하게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백범은 그가 원하는 나라를 이렇게 표현했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모두가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문화는 자연을 이루는 생명의 근원에 대한 경외와 헌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시장이 문화의 파생물이듯이 시장성을 가진 기술도 결국은 사회 문화의 산물이다. 물론 단시간에 펼쳐야 할 정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잘못 들어선 길이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자주 걷는다고 반드시 길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양 있는 민주시민을 배출하기 위한 교육 원래의 목표는 문화와, 기능을 요구하는 상업적 영역 사이의 조화로운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핵심적인 수단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