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국악 vs. 인디국악

윤 중 강

국악에도 인디가 있다? 최근 국악에서도 인디라는 용어가 등장을 했다. 인디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것은 천차만별★콘서트!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를 하고 북촌창우극장이 주관하고 있는 천차만별콘서트는, 지난해 ‘창작국악 실험무대’를 표방하면서 출발을 했다. 올해 2회째를 맞는 천차만별콘서트는 8월 21일부터 11월 14일까지, 매주 화·수·금·토요일에 총 48회에 걸쳐 펼쳐진다. 국악계에서 이렇게 소극장 장기공연이 계속된 예는 전무하다. 지난해에 이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된 다양한 편성의 소규모 앙상블이 무대에 오른다. 특히 올해 처음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되었는데, 공모를 통해 선발된 네 명의 젊은이(김보라, 김용하, 송지윤, 차승민)를 주목하게 된다. 이렇게 젊은 국악인들의 창작정신을 존중하는 천차만별콘서트의 홈페이지는 www.indiegugak.com. 인디국악이란 용어를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했다. ‘올여름, 싱싱한 인디국악愛 빠져보자!’ 릴레이국악공연의 홍보카피의 하나다. 이렇게 ‘젊은국악연대 모여놀기 프로젝트2’(7.1~19. 문화일보홀)는 올해 ‘인디국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인디국악’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의 ‘퓨전국악’과 다른 걸까? 우리나라에서 인디(indie)란 용어는 인디영화와 인디밴드를 통해서 익숙해졌다. 소규모 예산으로 만드는 영화라거나,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음악인들을 가리킨다. 모두 거대한 자본이 배제되어 있기에 상업성을 고려할 필요가 적다. 대신 그들은 자신의 창작정신을 중시하면서 보다 실험적이고 전향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사실 국악은 대부분 인디라고 할 수 있다. 국악은 상업영화, 뮤지컬, 대중음악처럼 대중성을 확보한 장르는 아니다. 따라서 이런 대중성을 바탕으로 자본이 유입되고 그를 통해 공연물을 제작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그럼에도 왜 특히 ‘인디국악’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자신들의 음악에서 보다 많은 자아를 드러내고자 하는 심리의 반영일 수 있다. 한편 ‘퓨전국악’이란 용어에 대한 반작용일수도 있다. 이들은 기존의 대중적인 국악이 지나치게 대중성에만 치중했고 상대적으로 예술성이나 실험성이 떨어진다고 여긴다. 따라서 자신들 또한 ‘젊은 국악’을 하지만 대중성에만 치중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사실 지금은 ‘퓨전국악의 춘추전국시대’란 말이 가능할 정도로 경향각지에서 많은 퓨전국악을 표방한 소그룹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룹 중에는 우수한 그룹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음악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단체도 많다. 국악의 본질은 뒷전이고 오로지 서양선율을 국악기로 연주하기에 급급한 단체도 있다. 퓨전국악은 한 때는 신선한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이런 단체들에 의해서 식상한 이름이 되어 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그렇다고 ‘퓨전국악’의 성과를 간과할 수는 없다. 퓨전국악그룹 중에서 공명, 그림(the 林), 바이날로그 등의 성과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공명은 지금도 국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많은 무대에 오르고 있다. 퓨전국악은 영화, 광고, 드라마에 까지 영역을 넓혔다. 요즘 텔레비전 광고에서 배경음악으로 해금이 주선율인 배경음악을 쉽게 접한다. KTX나 서울지하철에서도 퓨전국악을 만날 수 있다. 그간 퓨전국악은 국악기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는데 역할을 해냈다. 이런 그간 ‘퓨전국악’이 이룩해낸 큰 성과다.
앞으로 퓨전국악과 인디국악이 공존하면서 상생하길 바란다. 지금 이 땅에 ‘인디국악’이란 용어가 정착할 수 있는 건, 그간 퓨전국악이 일단 대중화의 기초를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더욱 중요한 것은 퓨전국악이건, 인디국악이건 상관없이, 독특한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리는 그룹이 많아져야 한다. 대중들의 기호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국악이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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