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밤에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휩쓸어 가데요”

15일 자정께 완주군 소양면 일대에는 시간당 3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 비로 이날 새벽 1시께 완주군 소양면 황운리 봉덕마을에는 주민들의 대피소동이 벌어졌다.

한꺼번에 쏟아진 폭우가 봉덕마을 앞 오도천으로 유입되면서 제방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9시30분께 찾은 이 마을은 흡사 물 폭탄을 맞은 것처럼 아수라장이
었다.

현장 곳곳에서는 피해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담당 공무원과 전화국 직원 등의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마을 포장길은 급류에 의해 땅이 파이면서 500여m 구간 길이 부러진 연필심 같이 군데군데 끊어졌고, 전기를 공급하는 전신주도 전선에 의지한 채 아슬아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또 포장길 지면에 묻혀있던 상수도관도 제방이 무너지면서 중간 중간 끊어진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맞은편 도로가에는 봄철 송광사 벚꽃 길로 유명세를 뽐내던 10여 그루의 벚꽃나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같은 피해 발생에 대해 주민들은 제방공사를 제때 마무리하지 않고 방치한 인재(人災)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박혜순(59·여)씨는 “제방공사를 한다고 방천을 깎아 놓은 채 2~3달간 방치해 항의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며 “불어난 물을 감당하지 못한 제방이 무너지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완주군 소양면과 경계지역인 전주시 금상동 지역 비닐하우스도 배수로로 빠져 나가지 못한 물이 역류하면서 물난리를 겪었다.

이 지역은 하우스 5개동(3300㎡)에 가지를 재배해 한 창 수확시기였으며, 옆에는 주인 박진환(49)씨 일가족이 생활하고 있었다.

하우스로 유입되면서 물이 1m가량 차 1년 농사를 집어 삼키는 등 물바다를 이루었고, 인근 일대 논·밭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물이 역류한 이유는 하우스에서 200여m 떨어진 T자형 배수로로 여러 곳에서 유입된 많은 양의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은 하우스 방향으로 물이 넘친 것.

주민들은 “이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거 같아 지난 4월에 전주-광양간 고속도로 공사과장에게 배수로 문제를 제기 했다” 며 “그러나 15년 동안 내린 강수량을 검토해 공사설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공업체인 대림산업 안선영 용지차장은 “이번 피해 잘못이 우리 회사 측에 있다고 밝혀진 것이 아니여서 보상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승만기자·na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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