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올바른 펼침

- 이 승 우(행정학박사·군장대학총장)

배움과 그 실천에 관련된 두 가지 유명한 중국 고사가 있다. 하나는 중국 한(漢)나라 경제(景宰)때 원고생(轅固生)이라는 학자가 공손홍(公孫弘)이라는 학자에게『배운 것을 굽혀 세상에 아부하는 일이 없도록 하게(務正學以言 無曲學以阿世)』라고 충고한 고사에서 비롯된 곡학아세(曲學阿世)란 말이다. 자기가 배운 것을 출세를 위해서가 아니라 올바르게 펼칠 수 있어야함을 이르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논어(論語)>의 ‘학이편(學而篇)’에서 증자(曾子)가 매일 반성함으로써 자신을 돌아보았던 세 가지, 즉『남을 위해서 일을 하는데 정성을 다 하였든가, 벗들과 함께 서로 사귀는데 신의를 다 하였든가, 배워 익히지 못한 것을 남에게 전하지 않았던가(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라는 말이다.
하계방학이 벌써 한 달째에 접어들었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는 캠퍼스도 사실은 ‘곡학아세’에서 이르고 있듯이 배운 바를 세상에 올바로 펼치기 위해서, 그리고 ‘증자’가 말하듯이 배운 바를 제대로 전수하기 위해서 어느 때 보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학은 9월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준비하고, 교수와 학생들은 전공능력을 함양하기 위하여 산업체 현장연수, 현장실습, 인턴실습 등으로 분주하다. 캠퍼스 안팎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지극히 평범하지만, 실은 수많은 변화를 의식하면서 경쟁력을 갖추고자하는 치밀한 계산속의 정중동(靜中動)인 것이다.
요즈음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와 경쟁의 가치를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강조하고 있다. 이제는 누구든지 생존을 위해서는 변화를 인식하고 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을 정도이다. 특히 국가의 경쟁력을 말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대학 교육이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대학이 축적한 지식과 배출한 인재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나라마다 대학 개혁과 대학 경쟁력 향상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고등교육 재정확충, 연구 및 교육역량 강화, 교육의 질 관리, 수요자 중심 교육과정 운영, 국제화 교육 등에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 그 중요성을 반증한다.
오랫동안 산업체에서는 기술경쟁력이 있고 없음을 말할 때마다 대학교육과 현장기술의 불일치를 기업 및 국가 경쟁력이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따라서 수요자 가 만족하는 교육을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수준 조사와 직무분석을 거쳐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식기반사회 인력개발은 광범위한 직업군(群), 즉 여러 직무를 두루 해낼 수 있는 능력 개발 보다는 특정 직종, 특수 직무 능력 개발에 역점을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과정은 기존 교육과정의 개선이 아니라, 완전 재설계가 필요하다. 기존 교과목을 과감히 버리고, 직업군 분석 및 직무분석에 의해 도출된 새로운 교과목으로 대치해야 한다.
경쟁력을 갖춘 대학은 시설, 연구는 물론, 교육 및 교육지원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대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교육의 질 담보를 위해 다양한 관리 체계를 갖춘 대학으로서, 교수 개개인에 대해서도 강의평가, 산학협력 활동평가, 사회봉사활동 결과 등 다양한 교육활동을 평가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부여하는 대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학교육은 지역사회와 국가에서 꼭 필요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연구·교육의 수월성 등 경쟁력을 확보한 대학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또한 기업도 학습공동체의 중요한 한 축으로서 인재양성에 투자로 적극 참여해야 한다. 교수연수 지원, 교수학습 지원, 인턴 실무교육, 현장학습 지원, 장학금 지원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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