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여름 날씨 때문인지, 벌써부터 청명한 가을이 그리워진다.

작품으로나 가을을 먼저 느껴본다. 특히 잔잔한 풍경화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은은한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이 작품은 여류화가가 그렸을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거친 붓질이라고 해서 남성작가 그렸고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화폭의 느낌을 준다고해서 여류작가가 그린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알 듯 모를 듯 느껴지는 푸근함이 느낌을 주는 이유는 어쩔 수 없는 이유인 듯하다.

여류작가의 저력이 느껴지는 전시가 열린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이 기획해 오는 8월 7일까지 전북도청 기획전시실에 열리고 있는 ‘전북 여성작가전’.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류작가 18인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전북 화단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본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감각으로 작품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들이지만 남성 못지않은 선 굵은 작품 등도 눈에 띄며 동양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작품에서부터 현대미술을 그대로 담은 작품 등 다양한 이면을 만날 수 있는 작품들 총 23점을 만날 수 있다.

또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터치에서 묻어나는 표현력이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는 김숙자 김옥경 김재숙 양기순 연정희 오경안 이경례 전영화 김영민 류일지 방순덕 이숙희 정미경 황은영 김분임 김수진 김연 유경희 등 한국미술협회 여성위원회 전북지부 회원들이 함께해 한국화와 서양화, 공예 등 각 분야에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쌓아가고 있는 여성작가들의 섬세하고도 유하게 풀어낸 화폭을 만나본다.

서정적인 화폭에서부터 밝고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터치를 통해 여류 화가 특유의 감성을 느끼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김수진 작가의 ‘소곤고곤 살며시’작품은 회색빛 도시지만 밤이 되면 그윽한 안개가 도시를 감싸고 조명 빛깔의 은하수를 이루는 도시의 풍경을 몽환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표현해냈으며 김영민 작가의 ‘내 마음의 도시’는 혼돈의 자아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어지러운 풍경을 작품에 담아냈다.

또 이숙희 작가의 ‘풍경’은 시골의 낯익은 풍광을 화폭에 어느 한 순간을 포착한 것만 같다. 이른 새벽 같기도 하면서 세상이 어둠에 뒤덮히기전인 해지기 전 풍경을 아름다운 색채와 강렬한 붓질에서 자연에 대한 화가의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이처럼 열악한 창작 여건 속에서도 작가적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전북지역의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역미술의 비전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송근영기자·s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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