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연말까지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을 1%로 낮출 것을 제시함에 따라 앞으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과 서민가계에 대한 대출이 한층 까다러워질 전망이다.
특히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1%룰’을 지키기 위해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대출을 적극 회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의 자금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기와 서민들을 지원하겠다며 대출정책을 크게 확대해 놓고, 불과 몇 달 만에 ‘1%룰’을 제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금융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일 도내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징후를 보이면서 위기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른바 ‘출구전략’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부실채권 비율을 1%로 낮출 것을 주문,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부의 자금 지원 독려 정책차원에서 공급확대에 나섰던 은행들은 부실비율을 낮추고, 자산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 중이다. 특히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는 정부의 출구전략과 맞물려 금리인상과 중소기업 지원 축소, 주택담보대출 제한, 감세 유보 등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하반기에는 우량 담보가 있거나 보증이 없는 대출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대출을 늘리지 않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신용도가 높은 기업이나 개인 고객 위주로 신규 대출을 취급할 방침이며, 하나은행도 공격적인 대출 영업보다는 자산 건전성 확보에 큰 비중을 두기로 했다.
지방은행인 전북은행도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이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축소는 최대한 자제하겠지만, 자산건전성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올 하반기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근 수도권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낮춘 데 이어 8월 말까지 주택시장 동향을 지켜본 뒤 추가 규제 여부를 결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또 가계대출에 대해서도 신용도와 채무상환능력 등 대출심사를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의 경우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같은 시중은행들의 움직임과 관련 일각에서는 서민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한층 가중시키고, 경기회복 속도를 오히려 늦출 수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상반기 정부의 지원정책에 힘입어 이제 겨우 회생하려는 중기나 서민가계에 또 다시 고통을 안겨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관계자는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려면 우량기업 위주의 선별적 대출을 해줄 수밖에 없고,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 대한 신규 대출은 다소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하반기에 건전성 확보 위주의 정책을 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경제계 한 인사는 “아직 경제위기가 끝난 것도 아니고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의 대출이 축소되면 상당수 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줄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성급한 처사”라고 말했다./김은숙 기자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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