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을 전공한 세남매와 며느리 2명 등 총 5명의 클래식 연주자들이 38년동안 지켜온 교단을 떠나는 아버지를 위해 아름답고 뜻깊은 헌정의 무대를 열어 잔잔한 감흥을 던져주고 있다.

이미 국내 정상급 바이올리스트와 첼리스트로 성장한 전강호, 전경원과 피아니스트인 전정숙씨, 피아니스트인 두 며느리 김정은, 박진나씨가 준비한 전기초 퇴임기념 연주회가 '갈봄 여름없이'란 주제로 23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에서 열린다.

자녀를 훌륭한 음악인으로 성장시킨 것도 아름답지만 38년도안 교단에서 한눈팔지 않고 청소년들과 동거동락 전기초씨는 올해 한별고등학교 평교사를 접고 평범한 가장으로 돌아온다. 아들들은 음악적 자양분과 교육적 가르침으로 자신들의 음악의 길을 열어주었던 아버지에게 보답하기 위해 고사리 손에 잡아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다시 조율하고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다.

맏아들로 한국예종과 미국 미시간 주립대박사과정을 졸업한 바이올리스트 전강호씨는 현재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객원악장으로 국내외 왕성한 연주회를 통해 이미 바이오리스트로 굳건한 자기색채를 내고 있는 연주자다. 또 첼리스트 전경원역시 조선일보 음악콩클 첼로부분 1등상을 수상하며 현재 전주대에 출강하고 있는 중견연주자다. 또 딸인 피아니스트 전정숙씨는 전주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음악학원을 운영하며 연주자로도 맹활약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두 며느리 역시 탄탄한 피아노연주자로 한가족 모두 음악적 열정속에서 음악으로 대화를 나누고 음악으로 사랑을 나눈다.

세자녀와 두 며느리는 이번 연주회에서 교단을 떠나는 아버지를 위해 비틀즈의 '에스테데이'에서부터 비발디의 사계중 '여름'과 '겨울'에 이르기까지 소박하면서도 아버지가 즐겨 들어온 소품들로 아버지의 경건했던 교단생활을 축하한다.

아버지 전기초교사는 "72년 첫 발령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교직생활을 시작하여 어느덧 38년이 세월이 흘렀지만 풀빛보다 더 푸른 학생들과 같이 아파하고 같이 즐거워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 행복했다"며 "그 많은 세월들을 접으면서 좋은 인연을 맺기 위해 조촐한 가족음악회를 연다"고 말했다.

초대장을 보낸 아들 전강호씨는 "항상 겸손과 양보로 어느 누구와도 화합하면서 살아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으로 오늘에 이르렀다"며 "부모님을 위해 마련한 작은 음악회에 초대한다"고 아버지의 은덕을 대신했다.

각박한 세상살이 속에서 자기를 낳고 키워준 아버지에 대한 은덕을 음악으로 펼치는 이 무대는 훌륭한 음악가족의 연주회에 앞서 부모간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어 여느 무대와 달리 감동을 배가시켜주는 감동의 무대다./이상덕기자·leesd@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